
"애런 저지 같아요."
한국 최고 홈런 타자로부터 극찬이 나왔다. 2020년 입단 후 이제야 1군에서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지만 최정(38)은 적은 표본에도 류효승(29·SSG 랜더스)에 대한 확신을 나타냈다.
류효승은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회 기예르모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에 이어 팀 4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0-2로 끌려가던 승부를 단숨에 뒤집어 팀에 승리를 안겼다. KBO 역사상 4번째에 불과한 진기록의 중심에 섰다.
2001년 8월 17일 삼성(이승엽-마르티네스-바에르가-마해영), 2020년 10월 22일 롯데(이대호-이병규-안치홍-한동희) 이후 2021년 185홈런을 몰아친 SSG는 그해 6월 19일 한 차례 이 기록을 작성했다. 최정과 한유섬은 당시에도 제이미 로맥, 정의윤과 함께 이 진기록을 경험했다.

이번엔 또 다른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 류효승이 이들과 함께 했다. 지난해 타격왕 에레디아의 활약은 상수다. 일회성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류효승이 함께 이름을 올린 게 의미가 깊다.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로 류효승은 한유섬과 김동엽(키움)의 뒤를 이을 외야 거포 자원이라는 평가 속에 입단했으나 1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난 뒤에도 지난해까지 1군에서 총 1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이숭용 감독은 류효승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앞서 이 감독은 "(1군에) 올리려고 할 때마다 아팠다. 이번에도 박정권 (퓨처스) 감독에게 올려도 되겠냐 물었더니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확신을 주더라"며 "본인의 장점을 잘 보여주고 단점은 최소화한다. 효승이는 기대가 된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 덩치가 크고 어눌할 것 같은데 타석에서는 베테랑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도 에레디아, 최정, 한유섬의 연이은 홈런 이후 타석에 등장한 류효승은 한복판으로 향하는 로건 앨런의 시속 144㎞ 직구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강하게 휘두른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 관중석 바깥으로 날아갔다. 비거리 130m의 초대형 홈런이었다. 시즌 5호포.
8회에도 적시타를 때려 멀티히트를 완성한 류효승은 아직 18경기에만 나섰지만 단숨에 SSG의 미래를 짊어질 타자로 평가를 받고 있다. 타율 0.358(67타수 24안타) 5홈런 14타점 14득점, 출루율 0.394, 장타율 0.657, OPS(출루율+장타율) 1.051, 득점권 타율 0.400까지 뭐 하나 빠지는 기록이 없다.

친화력도 남다르다. 경기 후 한유섬은 "(최)정이 형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순간 효승이가 '형도 하나 치시죠'라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출루할 테니 네가 홈런 쳐라'라고 했는데 연속으로 홈런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렇게 큰 기록이 나오는 날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KBO 통산 최다홈런 타자 최정은 류효승의 활약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이 애런 저지라고 한다. 가능성이라기보다는 1군에 적응만 하면 엄청난 홈런 타자가 될 것 같다"며 "한국 선수들이 할 수 없는 스윙을 한다. 힘이 그만큼 좋아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하는 스윙을 한다.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험이 쌓이면 더 (대단한) 거포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본 가고시마 퓨처스 캠프에서 진작에 류효승과 함께 훈련에 나섰던 최정은 될 성 부른 떡잎을 단번에 알아봤다. "치는 걸 보니까 '애런 저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임팩트를 줘서 치려고 하지 말고 선을 그어서 (가상의) 라인에 방망이를 끌고 가라고 강조했다. 궁금한 걸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곤 했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SSG의 미래를 짊어질 '포스트 최정', '포스트 한유섬'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최정 또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시즌이 많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 내년에는 그만큼 투수들이 약점도 파고들 것이고 전력 분석도 될 것"이라며 "더 어려워질 것인데 그 속에서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중요한 상황에 홈런도 많이 쳐주고 잘해주고 있어 다들 너무 좋아한다"고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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