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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가고 벤츠왔다' 승리 없이도 돋보인 데뷔전, '볼넷 남발' 영건들에 본보기가 될까 [고척 현장]

'케니가고 벤츠왔다' 승리 없이도 돋보인 데뷔전, '볼넷 남발' 영건들에 본보기가 될까 [고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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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안호근 기자
키움 새 외국인 투수 메르세데스가 9일 두산전에서 위기를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키움 새 외국인 투수 메르세데스가 9일 두산전에서 위기를 막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끝내 주인공이 되진 못했지만 발군의 안정감과 위기관리 능력을 뽐낸 새 외국인 투수는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C.C. 메르세데스(31)가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메르세데스는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95구를 던져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지난달 30일 케니 로젠버그를 대신해 키움과 총액 28만 달러에 잔여 시즌 계약을 맺은 메르세데스는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대만프로야구를 거쳐 KBO리그에 발을 딛게 됐다. 올 시즌엔 대만 퉁이 라이온즈에서 14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2.57로 활약했다.


경기 전 설종진 키움 감독 대행은 "KBO 첫 경기인데 그동안 기록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 5,6회는 던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그렇게 잘 던져주고 실점을 2,3점으로 막으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다음 경기에도 기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도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메르세데스였기에 한 달 공백기가 있긴 하더라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90구~100구까지는 충분히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


KBO 데뷔전에서 역투를 펼치는 메르세데스.
KBO 데뷔전에서 역투를 펼치는 메르세데스.

다만 두산엔 요미우리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고토 코지 수석 코치가 있었다. 조성환 두산 감독 대행은 "고토 코치님이 요미우리에서 같이 생활을 해봤다"며 "그때와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 선수에 대한 정보를 고토 코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고 선수들한테도 이미 다 공지를 했다. 대만에서 던지는 영상도 다 체크해서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알고도 쉽게 공략할 수 없었다. 땅볼 유도가 강점인 메르세데스의 놀라운 피칭이 돋보였다. 공격적으로 두산 타선을 공략했다. 1회 1사에서 이유찬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과감한 몸쪽 직구 승부로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2회에는 날카롭게 제구된 직구와 슬라이더로 삼진 2개를 잡아냈다.


3회엔 선두 타자 강승호에게 행운의 안타를 내준 뒤 도루까지 허용했으나 삼진 2개와 예리한 변화구로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4회에도 1사 2루에서 땅볼과 내야 뜬공을 유도하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5회가 위기였다. 선두 타자 박계범에게 볼넷을 내준 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강승호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주고 맞은 무사 1,2루 위기. 김민석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3루가 됐고 정수빈에게 몸쪽 빠른 공을 던져 1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최주환이 곧바로 홈에 송구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어진 2사 2,3루에서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허용해 비어 있는 1루를 채운 메르세데스. 다시 한 번 이승호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방문했다.


타선에 나선 케이브를 상대로 2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타구를 잘 잡아낸 고영우가 악송구를 범했고 그 사이 3루 주자에 이어 2루 주자까지 홈으로 향했다. 메르세데스가 급하게 던진 송구도 빠지며 단순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양의지에겐 바깥쪽 빠른공을 뿌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더 이상의 점수를 허용하진 않았다.


메르세데스(오른쪽)가 5회초 수비에서 수비 실책으로 실점을 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메르세데스(오른쪽)가 5회초 수비에서 수비 실책으로 실점을 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6회에도 불운이 겹쳤다. 1사에서 오명진에게 안타를 맞은 뒤 폭투가 나왔고 박계범에겐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2루 투구수는 95구. 키움 벤치가 움직였다. 박윤성을 투입했다. 다행스럽게도 박윤성이 중견수 뜬공, 삼진으로 깔끔히 틀어막으며 메르세데스의 승리 요건이 유지됐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68.4%(65/95)에 달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46㎞, 평균 142㎞, 투심은 최고 138㎞, 평균 135㎞로 적재적소에 범타를 유도하기 좋은 곳으로 뿌렸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힘은 아니었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를 바탕으로 두산 타선을 공격하듯 과감한 투구를 펼쳤다. 슬라이더(평균 130㎞) 20구, 커브(평균 122㎞) 18구, 체인지업(평균 132㎞) 4구를 골고루 섞었다.


라울 알칸타라가 파워피처라면 메르세데스는 정교한 제구를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로 맞춰잡는 유형으로 경험이 적은 키움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 더욱 기대감을 안겨준다. 로젠버그는 13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평균 소화 이닝은 6이닝 미만이었다. 좋은 선발의 기본 덕목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6차례에 불과했다. 그런 면에서 첫 경기임에도 쉽게 쉽게 아웃카운트를 추가해나가는 메르세데스의 투구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남은 시즌이 많지 않다. 많아야 10경기 등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단순히 성적을 넘어 메르세데스의 모범적인 투구가 볼넷을 남발하는 키움의 어린 투수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다면 그 또한 큰 수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좋은 활약을 이어가 재계약을 할 수 있다면 팀과 메르세데스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투구를 마친 메르세데스(왼쪽)가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투구를 마친 메르세데스(왼쪽)가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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