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의 아내인 헤일리 브룩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 직원이 남편의 사인을 반복적으로 요청해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 헬스장 직원은 와이스의 집까지 찾아 와서 사인을 요청했는데 이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라고 해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만한 행동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무리 연예인에 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도 가정집까지 찾아가는 건 선수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프로야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면서 야구팬들의 사인 요청도 그만큼 폭주하고 있고 와이스처럼 선수들을 난감하게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선수단 원정 숙소에서 사인을 받는 야구팬들이 늘고 있어 호텔 관계자들이 선수단 이동 시간에 통제에 나서기도 하고 선수들은 야구장 외부에서 개인 활동을 하는 시간에도 사인 요청을 받는다. 또 야구단 직원들도 지인들로부터 선수 사인 요청이 많다 보니 개인 메신저(카카오톡) 계정 대문에 '사인 부탁 안받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투수' 양현종(37·KIA 타이거즈)가 홈구장(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주차장 기둥에 사인 에티켓 안내문(사인 요청시 중요한 에티켓!)을 부착해 화제가 됐다. KIA 구단 관계자는 "양현종 선수가 지난 달 직접 써서 붙였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타이거즈 유튜브 '갸티비'에서도 같은 내용을 소개했던 양현종은 선수들은 알지만 일반 야구팬들은 잘 모를 수 있는 사인 에티켓을 손글씨로 깨알같이 적었다. 특히 '찢어진 연습장에는 사인 요청 금지!', '지폐, 손바닥, 팔뚝 등등... 신체 부위에 요청 금지!'는 야구팬들은 간과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사인해주고 싶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선수들이 꺼려하는 경우는 팬들이 사인받는 준비가 안돼 있을 때이다. 특히 사인받는 용지가 영수증이라든가 낙서된 종이인 경우에 거절한다. 반대로 본인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과 유성 매직을 준비한 경우에 선수들은 사인을 꼭 해주고 싶어한다. 양현종의 사인 에티켓 안내문에는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양현종의 사인 에티켓 안내문에는 빠져 있지만, 선수의 사생활 보호도 팬들이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다. 선수 입장에서 직접 언급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선수의 사생활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사회는 해가 갈수록 워라밸과 프라이버시가 중요시되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은 이와 관해서는 사각지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인 에티켓이나 선수 사생활 보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안전 관리이다. 야구팬들은 오래 전부터 사인을 받기 위해 선수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구장 주차장에서 기다려 왔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와 비교해 한국 프로야구(KBO)가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일반인에게 노출돼 있어 야구팬들은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해 왔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원정팀 선수단 버스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지만 다른 야구장들은 원정팀 버스가 일반인 주차장으로 진입한다. 원정팀 선수들은 버스에서 내려 원정팀 클럽하우스까지 얼마간 걸어야 하고 일반인들이 볼 수 있다. 특히 인천SSG랜더스필드의 경우 지하 주차장 입구 턱이 낮아 선수단 버스가 진입하지 못하는 탓에 원정팀 선수들이 주차장 입구에서 하차해 3루 원정팀 클럽하우스까지 걸어가야 한다. 지금은 모든 야구장에서 홈 구단이 원정팀 선수들의 이동 동선을 보호해 주지만 예전에는 그런 보호 조치가 없었다.
또 홈팀 선수들도 야구장에 출퇴근할 때 일반인들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 인천SSG랜더스필드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둘러싸여 장시간 출퇴근을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야구팬들이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차량과 충돌 사고가 우려돼 왔다는 점이다. 특히 선수들의 차량이 진입, 퇴장할 때 야구팬들이 차량으로 몰려 안전 사고 위험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는 2020년 선수단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선수들의 동선 관리를 하면서 사고 위험을 줄였다.
아울러 SSG 랜더스는 지난 6월 20일부터 선수단 주차장 입구에서 사인 요청 및 대기를 금지시켰다. 대신 SSG는 토요일 홈경기만 운영하던 선수단 팬 사인회를 일요일 주말 홈경기까지 확대했다. 또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는 '주차장 입구는 사인을 받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안전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차량의 출입이 잦아 사고의 위험이 높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지금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많다 보니 사인 요청도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고 그에 따라 관리의 어려움도 더 커졌다.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주차장에서 사인을 금지하는 구단들의 조치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안전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올해 3월 말 창원NC파크에서 관중 사망 사고가 있었고, 7월 말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간판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야구장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주차장은 선수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는 야구팬들의 인식으로 인해 관중 안전 사고의 잠재적 위험 지역이다. 따라서 주차장에서 인명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야구 팬들도 인지해야 한다. 야구팬들이 꼭 알아야할 선수 사생활 보호, 사인 에티켓과 안전 수칙. 프로야구 인기만큼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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