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후배를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쳤고, 본인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추가점의 발판이 됐다. 구자욱(32·삼성 라이온즈)의 타격감이 마침내 살아났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5전 3선승제)에서 ?-?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 100% 확률을 잡았다.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된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을 승리하며 2승째를 선점한 팀은 7차례 중 7번 모두 시리즈를 잡았다. 삼성은 업셋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날 삼성은 드류 앤더슨을 선발투수로 상대했다. 시속 150km 중반의 강속구와 날카로운 커브가 주무기인 그는 올 시즌 30경기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25, 245탈삼진을 기록했다. 다만 장염으로 인해 1, 2차전에 나서지 못하고 3차전에야 나왔다. 그래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앤더슨은 올 시즌 KBO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앤더슨의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구자욱은 통산 앤더슨을 상대로 15타수 5안타(타율 0.333) 3홈런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만루홈런까지 터트렸다. 자연히 앤더슨 공략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1회말 첫 타석에서는 초구를 공략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던 구자욱은 이후 끈질긴 승부로 SSG 마운드를 괴롭혔다. 3회말 삼성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올린 후 2사 2루 상황을 맞이했다. 여기서 구자욱은 오른쪽으로 파울홈런을 날리는 등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앤더슨의 8구째 커브를 공략해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2루 주자 김성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5회말에는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SSG는 이닝 시작과 함께 올 시즌 평균자책점 1.99, 33홀드를 기록한 필승조 이로운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삼성은 1사 후 김지찬과 김성윤의 연속 2루타로 한 점을 올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구자욱이 들어섰다.
대구고 11년 후배 이로운을 만난 구자욱은 첫 3구를 지켜보며 2볼-1스트라이크가 됐다. 이어 4구째부터 커트쇼가 이어졌다. 7구 연속 파울을 만든 구자욱은 11구째 체인지업을 지켜봤고, 다시 5개를 연달아 파울로 만들었다. 그러다 17구째 몸쪽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뺏겨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비록 삼진은 됐지만 구자욱은 새 역사를 썼다. 이전까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한 타석에서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한 건 200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현대 이택근이 SK 제춘모에게 얻어낸 15구가 최다였다. 구자욱은 이를 2개 더 추가해 신기록을 세웠다.
구자욱과 승부에서 힘을 뺀 이로운은 르윈 디아즈를 고의4구로 내보냈다. 그러나 김영웅이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향하는 2루타를 때려내면서 삼성은 5-1까지 달아날 수 있었다. 결국 이로운은 여기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7회에도 구자욱은 좌완 김택형과 8구 승부 끝에 중견수 앞 안타를 기록, 이날 경기를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마쳤다. 이전까지 가을야구 4경기에서 15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침묵했던 흐름을 한방에 깼다.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선수들이 다 잘해줘서 편하게 경기했다. 그리고 (원)태인이가 엄청 잘 던져줘가지고 선수들이 힘내서 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격감이 좋긴 한데 계속 결과가 안 나왔다"며 아쉬워한 그는 "이겼으면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회 17구 승부에 대해서는 "공이 앞으로 잘 안 나가길래 꼭 살아나가고 싶었는데 아쉽게 못 살아나갔다"며 입맛을 다셨다. 구자욱은 "결과를 냈어야 했는데 삼진이었다"며 "다른 기록을 세우고 싶었는데 삼진 먹고 세웠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내일은 이로운 선수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구자욱은 4타석에서 34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그는 "치기 어려운 공들이 많이 왔다. 빨리 앞으로 쳐야 한다"면서도 "그래서 투구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돼서 괜찮았다"고 얘기했다.
이제 삼성은 1승만 더 하면 플레이오프로 간다. 구자욱은 "다 같은 마음일 거다. 저희들뿐만 아니라 팬분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 같고, 대구에서 끝내도록 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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