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2)이 고심 끝에 가족이 있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 남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외인의 쉽지 않은 결정에 염경엽(57) LG 감독도 뭉클한 심정을 전했다.
오스틴은 13일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한국시리즈 대비 자체 청백전이 취소된 후 "둘째 딸 출산을 못 보러 가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2년 만에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한 LG는 8일부터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대비 합숙 훈련에 들어갔다. 염경엽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총 34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오스틴의 참가 여부가 확실치 않았다.
현재 미국에 있는 아내 새라가 이달 둘째 딸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 한국시리즈가 25일부터 시작돼 여유는 있으나, 출산은 정확한 때를 잡기 쉽지 않다. 복귀일도 특정하기 어려워 중도 귀국할 경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LG 입단 이후 내내 팀 퍼스트와 애정을 보인 오스틴 부부는 일찌감치 이를 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아내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10월 초에 나오면 잠시라도 보고 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출산일이 늦춰지면서 일자가 한국시리즈에 가까워졌고, 미국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도 충분히 이해했다. LG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 더 우승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내도 나를 이해하면서 한국에 남으라고 조언했다. 출산이 임박해 내가 옆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이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아내는 정말 강한 여성이라 혼자서 잘 이겨내리라 믿고 있다. 또 언제든 이상하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매일 영상통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는 고마우면서도 든든한 결정이다. 올해로 LG 3년 차를 맞이한 오스틴은 부상이 있었음에도 116경기 타율 0.313(425타수 133안타) 31홈런 95타점 82득점 3도루, 출루율 0.393 장타율 0.595 OPS 0.988, 득점권 타율 0.292로 맹활약했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해 wRC+(조정 득점 창출력)는 171.6으로, 본인뿐 아니라 지난 3년간 KBO 리그 1루수 중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이날 만난 염경엽 감독은 "오스틴에게 고맙다.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함께 훈련하는 것과 잠깐 빠져 있다가 들어오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도 본인이 간다면 어쩔 수 없었지만, 오스틴 스스로 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시리즈에 초점을 맞춰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시차 적응, 훈련 공백 없는 컨디션 최고조의 오스틴은 한국시리즈에서 활약도 기대케 한다. 오스틴은 시즌 내내 꾸준함이 강점인 외국인 타자로 통한다. 올해도 8월 22경기 타율 0.356(90타수 32안타) 5홈런 18타점, 9월 이후 19경기 타율 0.414(70타수 29안타) 6홈런 22타점으로 시즌 말미에도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2년 전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오스틴의 지분은 확실히 컸다. 당시 오스틴은 KT 위즈를 상대로 5경기 전 경기 출장해 타율 0.350(20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으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선보였다.

오스틴은 "특별하게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야구를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2023년과 다른 건 이미 한국시리즈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 크다. 누가 올라올지 몰라서 매일 포스트시즌 경기를 챙겨보면서 상대의 성향과 플레이를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자와 투수의 대결은 체스처럼 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상대 투수 모두 시즌 내내 어떻게 상대했는지 데이터가 있다. 그걸 일일이 다 공부하고 머릿속에 생각하고 들어간 다음에 상황에 맞춰 대응한다. 이 수 싸움에서 분명히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타석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출산이 임박한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을 해 보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오스틴은 "아내는 출산이 임박해 스트레스가 많고 아들(댈러스)은 세상 물정 모르고 그런 엄마에게 놀자고 하고 있다. LG 경기를 보러 오지 못해 칭얼대기도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런 가족들과 시간을 못 보내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몇이나 될까. 팀에도 깊은 의미가 있는 한국시리즈이기 때문에 우승할 기회를 갖게 된 건 축복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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