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이영 2위'의 위엄은 달랐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에이스 크리스토퍼 산체스(30·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한국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실력만큼이나 압도적인 자신감은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산체스는 1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한국과 8강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단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이라는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80구 이내라는 투구 수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도 63구만을 던지는 공격적인 투구로 한국 타자들을 돌려세우는 모습은 2025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라는 위엄을 오롯이 보여줬다.
특히 이날 산체스가 던진 63개의 공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43개일 정도로 뛰어난 안정감을 과시했다. 이날 산체스의 최고 구속은 1회초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하면서 던진 시속 96.6마일(약 155km)이었다. 더구나 볼 움직임도 더러웠기에 직구가 아닌 싱커로 분류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산체스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역시 한국 타자들에 대한 평가였다. "한국 타자들에 대해 숙지하고 경기에 임했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산체스는 "아니다. 제대로 알고 들어가진 않았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진 "한국 타자 가운데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가 누구였나"라는 핵심 질문에 산체스는 노련하게 즉답을 피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타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한 명만 꼽긴 어렵다"며 질문을 애써 외면한 뒤 "경기에 들어간 내 마인드셋은 오직 싱커로 공격적인 승부를 하는 것이었다. 싱커와 변화구로 내 게임 플랜을 실행하는 데만 집중했고, 그것이 통했다"고 답했다. 상대 분석보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신이 승리의 요인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산체스는 2025시즌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3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13승 5패 평균자책점 2.50의 뛰어난 기록을 남긴 좌완 투수다. 미국 국가대표 투수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이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른 선수다. 지난 7일 열린 니카라과전에서 1⅓이닝 6피안타 3실점의 난조를 보였지만 이날은 전혀 달랐다. 지난 2025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계약 기간 4년에 총액 2250만 달러(약 337억원)를 보장받는 괜찮은 커리어의 투수다.
이후 산체스는 '대표팀에 하차하고 소속팀인 필라델피아로 돌아간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나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여기 남아서 팀과 함께할 것"이라며 "도미니카 유니폼을 입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일"이라고 대표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자신의 고향 라로마나의 어린 팬들에게 "야구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묵직한 메시지까지 남긴 산체스. 마운드 위에서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은 그가 과연 도미니카를 대회 정상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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