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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만큼 황당한 '기술적 문제' 해명... 판정 불신만 더 키운 축구협회

오심만큼 황당한 '기술적 문제' 해명... 판정 불신만 더 키운 축구협회

발행 :
김명석 기자
지난 10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24라운드, 전남 김용환이 정강민(하단 빨간색 네모)에게 패스하는 순간 장면. 심판진은 5분이 넘는 비디오 판독 끝에 정강민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는 이유로, 이후 상황에서 나온 전남 득점을 취소했다. 상단 빨간색 네모는 천안시티 최종 수비수, 노란색 선은 잔디를 따라 그린 가상선. /사진=중계화면 캡처
지난 10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24라운드, 전남 김용환이 정강민(하단 빨간색 네모)에게 패스하는 순간 장면. 심판진은 5분이 넘는 비디오 판독 끝에 정강민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라는 이유로, 이후 상황에서 나온 전남 득점을 취소했다. 상단 빨간색 네모는 천안시티 최종 수비수, 노란색 선은 잔디를 따라 그린 가상선. /사진=중계화면 캡처
지난달 31일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에 출연한 문진희 심판위원장. /사진=KBS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달 31일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 'HOT다리영표:전술의재발견'에 출연한 문진희 심판위원장. /사진=KBS 유튜브 채널 캡처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지난 프로축구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판정을 오심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오심 여부보다 더 관심이 쏠렸던 판정 배경에 대해서는 '기술적 문제'라고 해명했다. 역대급 오심이 나왔는데도, 심판들의 잘못이 아닌 기술적인 문제에 따른 오심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은 셈이다.


축구협회는 14일 전날 열린 심판위원회 심판 패널회의를 통해 전남-천안전 당시 오프사이드 판정이 오심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축구협회가 심판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관계자는 다만 논란이 크고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라 공개했을 뿐 앞으로 정례적으로 판정 결과 리뷰에 대해 공개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심 결론이 나온 판정은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나왔다. 전남이 전반 19분 김용환의 크로스를 민준영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한 상황이었다. 박정호 주심은 오랫동안 최광호·구은석 당시 비디오 판독 심판(VAR)들과 교신했다. 5분 넘게 이어진 교신 끝에 오프사이드에 따른 득점 취소 판정을 내렸다. 김용환의 크로스 이전 공격 전개 과정에서 정강민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게 VAR 결과였다.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강민의 위치는 명백한 온사이드였다는 점이다. 근처에 있던 다른 천안 수비수와는 경합 상황으로 볼 여지가 있었으나, 반대편에 또 다른 천안 수비수가 정강민보다 앞에 위치한 게 중계 화면을 통해 확실하게 잡혔기 때문.


심지어 이 경기장엔 VAR을 위한 별도 카메라 장비가 없었다. 중계진과 팬들 모두 이견 없이 온사이드로 본 화면을 VAR에서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린 셈이다. 무려 5분이 넘는 판독 끝에 원심을 뒤집은 판정이었다. 오심 여부보다 '도대체 왜' 그런 판정이 나왔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쏠린 이유였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해명은 황당했다. 사전 테스트에서는 잘 작동했던 시스템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협회의 해명이었다. 판독에 5분여 시간이 소요된 것 역시 오프사이드 카메라 문제 탓에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걸린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VAR실에서는 화면에 표기된 대로 오프사이드를 주심에게 전달했고, 주심은 이를 받아들여 득점을 취소했다는 게 심판위원회 결론이다.


협회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당시 VAR 심판진은 화면에 고스란히 잡힌 대로 명백한 온사이드 상황을 인지했다. 그러나 VAR 화면에는 계속 오프사이드 표기가 나오자 이를 거듭 재확인하느라 판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후에도 계속 같은 결과가 나오자, 결국 화면에 표기된 대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주심에게 알렸다. 5분의 판독 시간 동안 VAR 심판진은 기술적 문제라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양 팀 주장과 심판진. VAR 심판진은 사진 촬영에서 빠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천안시티전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양 팀 주장과 심판진. VAR 심판진은 사진 촬영에서 빠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전 테스트 때는 잘 작동한 시스템이 '하필이면' 오류가 발생해 오심으로 이어졌다는 해명도 사실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들여다보면 과정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다. VAR 심판들이 직접 본 온사이드 상황과 배치되는 오프사이드 표기가 VAR 화면에 나왔다면, 재확인을 거듭할 게 아니라 기술적 오류 가능성을 따져보거나 주심에게 상황을 알린 뒤 온 필드 리뷰를 권유해야 했다. 그런데도 VAR 심판진은 5분 동안 재확인만 거듭한 끝에 오프사이드 결론을 주심에게 전했다.


축구 규칙을 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VAR 프로토콜에 따르면 '오프사이드는 VAR 심판만 리뷰하는 게 대체로 적절하지만, 선수나 경기 관리에 도움이 되거나 판정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움이 된다면 온 필드 리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프사이드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고 해서 주심이 무조건 VAR실 판정에만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더구나 VAR 프로토콜의 원칙은 '명확하고 명백한 실수임이 드러나는 판정을 제외하고는 주심이 처음 내린 결정이 번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오심이 확인되지 않는 한 최초 판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날 VAR 심판진은 온사이드 상황을 인지하고도, 화면에 오프사이드 표기가 나왔다는 이유로 판독 불가도 아닌 최초 판정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명확하고 명백한 실수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칙에 완전히 어긋나는 판정을 한 셈이다.


심지어 이날 문제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온 지역에선 후반에만 4골이 터졌다. 이 중에는 아슬아슬한 온사이드 상황에서 나온 골 장면도 있었다. VAR은 모든 골 장면에 대해 자동으로 리뷰를 진행해야 한다. 이날 실제 장비에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면 후반 같은 지역에서 나온 다른 득점 상황들에서는 왜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을 만하다.


결국 역대급 오심의 이유로 기술적 문제를 언급한 축구협회 해명은, 판정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 모양새가 됐다. 그 해명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거센 것 역시 그동안 끊이지 않던 오심 논란, 그리고 그간 심판계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들과 결코 관련이 없지 않다. 기술적 문제를 앞세워 심판들의 책임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축구협회는 "앞으로 오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면서도 "경기장 시설, VAR 장비 역시 개선될 수 있도록 이를 담당하는 프로축구연맹, 각 구단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부연했다. 연맹, 구단을 굳이 끌어들여 이번 오심이 VAR 장비의 기술적 문제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반면 오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오심을 저지른 해당 심판들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한 내용은 쏙 빠졌다. 이번 '역대급 오심'을 바라보는 대한축구협회와 심판위원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천안시티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 이날 오심으로 인해 선제골이 취소된 전남은 결국 3-4로 패배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10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천안시티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 이날 오심으로 인해 선제골이 취소된 전남은 결국 3-4로 패배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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