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위 가기가 솔직히 좀 지쳐요. (LG가) 너무 잘해서 잘 안 좁혀지더라고요."
3연패→5연승→6연패. 1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사이 LG 트윈스가 너무도 멀리 달아나버렸다. 모두가 1위를 목표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27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화 이글스가 잠시 표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5-2 역전승을 거뒀다.
긴 연패를 끊어낸 뒤 다시 연승의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한화가 연패와 연승을 거듭하기 시작한 지난 7일부터 11승 2패의 고공행진을 펼친 선두 LG와 승차는 5.5경기에서 좁히지 못했다.
연패가 워낙 길어졌던 탓에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고 가까스로 끊어냈지만 다시 연승 흐름을 탈 수 있을지가 중요했던 경기였다. SSG는 호투를 펼치던 송영진을 한 발 먼저 빼주며 전영준을 투입했지만 한화 타자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송영진이 내려가자마자 전영준을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추격의 고삐를 당기더니 2-2 동점에서 노시환의 역전 투런포로 승기를 잡았다.
노시환은 5회말 2사 1루에서 높은 코스의 시속 131㎞ 슬라이더를 강하게 때렸고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어 비거리 120m의 아치를 그렸다. 시즌 24호.

31개의 대포를 날려 홈런왕을 차지한 2023년 이후 노시환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흐름이다. 지난해 타율 0.272에 24홈런, 올 시즌엔 타율 0.234에 24홈런을 기록 중이다. 아직 남은 경기가 있기에 홈런 페이스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좋아졌지만 컨택트에 어려움을 겪으며 OPS(출루율+장타율)에선 2023년 0.929, 지난해 0.810에 못 미치는 0.775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12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린 지난 16일 NC전을 시작으로 8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8타점을 보태고 있다.
경기 후 만난 노시환은 "이번주에 연패를 하고 있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연승을 할 수 있는 홈런을 칠 수 있어서 더 뜻 깊은 하루"라며 "최근에 (홈런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안 나오는 시기가 있고 또 이렇게 한 번 나오다 보면 몰아서 나오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안 좋았던 걸 빨리 잊으려고 한다. 이제 몇 경기 안 남았는데 끝날 때까지 좀 최대한 많은 홈런을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각을 비운 게 도움이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직전 노시환의 홈런을 보고는 간결해졌다고 평가를 했는데 노시환 또한 "안 좋을 때 보면 항상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생각을 비우고 심플하고 가볍게 스윙하려고 했는데 그게 감독님 눈에 좋게 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경기에선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8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 선 노시환이 번트를 시도한 것. 파울이 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이후 상대 투수의 폭투와 볼넷이 나왔고 이어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와 추가점까지 더해 5-0으로 이길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나는 듯 했다.
이날 경기 전 김경문 감독은 전날 상황을 두고 "팀에게 주는 메시지였다. 4번 타자도 안 맞으면 번트를 대야지. 어떻게 하겠나"라며 "투수가 잘 던지면 못 칠 수도 있고 (타격) 사이클도 있는 것이지만 번트를 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일부러 전한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장타로 증명해야 하는 4번 타자지만 올 시즌 16개의 병살타로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고 타격감이 좋지 않기에 경험 많은 노장은 노시환에게 번트를 지시했던 것이다.
노시환으로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번트를 댄 기억이 거의 없는데 지금 팀이 너무 중요한 상황에 놓여있고 1위를 바라보고 있다"며 "제가 나가서 안타 치고 홈런을 치면 좋겠지만 제가 펀트 자세를 성공하면 팀 분위기도 오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번트를 댔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1위를 바라본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LG의 무서운 고공행진에 쉽게 잡을 수 없는 격차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노시환은 이에 대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1위 가기가 솔직히 좀 지친다. (LG가) 너무 잘해서 잘 안 좁혀지더라"며 "당연히 선수들 모두가 1위를 바라보며 가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2위를 굳힌다는 느낌, 3위랑 격차가 벌어져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2위를 최대한 지키되 1위를 바라보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페이스대로만 가면 다시 한 번 30홈런에 도전해 볼 수도 있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타자 중에선 문보경(LG)와 함께 가장 많은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노시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타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30개를 채웠으면 좋겠다. 그래도 30개를 쳐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족이 될 것 같다"며 "지금 개인 성적은 신경을 안 쓰고 팀 생각만 하고 있다. 제 홈런은 시즌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고 1승, 1승이 소중하기 때문에 팀 생각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번 타자로서의 부담감보다는 타석 외에서도 생각을 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시환은 "(4번 타자의) 부담감은 딱히 없는데 올해 들어서 병살이 많아서 그런 게 조금씩 신경이 쓰이더라"며 "제 스스로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그런 말들을 더 하니까 제가 머릿 속에 더 생각이 나곤 한다. 그래서 주위의 말들을 최대한 안 들으려고 하고 타석에서 신경 안 쓰고 제 스윙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로지 팀만을 강조했다. 수비도 꾸준히 소화하며 3루수로서 1036⅔이닝을 책임졌다. 단일 포지션으로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다.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수비는 솔직히 안 힘들다. 수비에 나가서 투수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타격이 안 될 때 수비에서 최대한 투수들을 많이 도와주려 한다. 특히 이번주는 투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불펜도, 선발도 힘들어서 수비에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해 좋은 수비도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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