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박주홍(24)이 후반기 맹타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박주홍은 장충고 시절 천재 타자로 불렸다. 타고난 야구 센스에 선구안과 파워까지 갖추면서 그의 행보는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결국 서울 팀들의 치열한 눈치 싸움 끝에 박주홍은 키움으로 향했고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뒤를 이을 외야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고교 시절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프로 수준의 변화구에 좀처럼 대응하지 못했고 방향성도 잃으면서 시간만 보냈다. 많은 장타가 기대된 만큼 본인도 큰 스윙으로 홈런을 노렸지만, 오히려 장점이던 콘택트도 무너졌다. 결국 입대 전까지 1군 84경기 출전에 그치며 병역의 의무를 먼저 해결했다. 2024년 복귀해서도 올해 전반기까지 58경기 타율 0.173(104타수 18안타)으로 부진하며 실패한 1차 지명으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8월부터 성적이 나긴 시작했다. 23경기 타율 0.310(71타수 22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하며, 후반기 최주환(37), 송성문(29)과 함께 키움 타선을 이끌었다. 박주홍은 기복 없는 활약의 이유로 김태완(41) 키움 1군 타격코치의 헌신과 주장 송성문의 조언을 꼽았다.
최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박주홍은 "김태완 코치님이 타격 계획을 잘 세워주시고 잡힌 타격 밸런스를 꾸준히 가져간 덕분이다. 내가 2군에 오래 있었는데 김태완 코치님과 같이 한 시간이 길다 보니 나를 제일 잘 아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무래도 1군에서 겪지 못한 투수들이 많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다. 똑같은 구속이어도 체감이 다르고 변화구 궤적이나 볼 배합도 어려운 점이 있는데, 그걸 (송)성문이 형이 설명을 잘해준다. 성문이 형이 이 투수는 어떤 유형이고, 포수의 볼배합 성향은 어떤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카운트 별로 대처도 잘 되고 예상한 대로 공이 날아오기도 한다. 물론 성문이 형이 나보다 콘택트가 더 뛰어난 타자라 형은 걷어내도 나는 못 치는 공도 있다"고 웃었다.

김태완 코치와 고민 끝에 레그 킥 대신 토탭으로 타격폼을 수정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그동안 박주홍은 구단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장타를 생산하기 위해 장충고 시절부터 레그킥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레그킥은 다리를 들고 다시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오는 힘으로 장타 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웬만한 스윙스피드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타격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반대로 토탭은 앞발을 땅에 붙이면서 순간적인 파워는 약한 대신 다양한 공에 조금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어 안타 생산에 상대적으로 유용하다. 프로에서 공조차 맞히기 버겁던 박주홍에게는 꼭 필요한 방향 전환이었다. 본래 장점이던 선구안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떨 때 한 번씩 나오던 한 방이 사라진 대신, 꾸준하게 안타를 생산하면서 타석 기회도 차츰 늘었고 이는 1군 투수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박주홍은 8월 11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삼진도 11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그 안에는 류현진, 코디 폰세, 문동주(이상 한화 이글스)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한 것도 있어 고무적이었다. 26일 류현진을 상대로는 바깥쪽 낮게 잘 제구된 공을 밀어쳐 1타점 2루타를 생산했고, 평균 시속 155㎞를 뿌리는 강속구 투수 문동주, 폰세로도 대등하게 맞섰다. 27일 문동주 상대 첫 타석에서 존 바깥으로 벗어나는 공은 다 골라내며 볼넷으로 출루했고, 27일 폰세의 시속 154㎞ 공을 끝내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박주홍은 "결국 콘택트를 하기 위해 토탭을 시작했다. 확실히 발이 지면에 붙어있으니 흔들리는 게 덜했다. 직구에 자꾸 스윙이 늦다 보니 빠르게 반응하려고 공을 쫓아다녔다. 자연스레 마음도 급해지고 칠 공은 놓치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이젠 내 타이밍에서 스윙을 가져가게 돼 자신감이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그전에는 항상 나 자신과 싸웠다. 하지만 이젠 상대 투수가 보인다. 최근에는 볼 카운트마다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존 설정을 잘해야 칠 공과 버릴 공을 구분할 수 있다. 이젠 상대 투수가 나이스 볼을 던져도 신경 쓰지 않고 다음 공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교 시절 전국구 유망주였던 만큼 그에게도 아름다운 일주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잠깐의 활약에 방심하지 않는다. 좋은 활약에 과거처럼 그에게 장타를 기대하는 시선도 차츰 늘고 있지만, 박주홍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박주홍은 "아직 장타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내 스윙을 다 돌리면 한 번에 인플레이로 가기보단 파울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은 항상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장타도 타격이 기본 바탕이 된 후에 붙어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현재에 집중하고 계속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고 자신감이 더 붙다 보면, 내 스윙으로 장타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활약에도 그의 시즌 성적은 여전히 83경기 타율 0.228, 3홈런 17타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31에 머물고 있다. 그의 남은 시즌 목표는 성적을 타율 0.250, OPS 0.700까지 맞추는 것. 남들이 보기엔 소박하지만, 박주홍에게는 최근 활약으로 처음 생긴 소중한 목표다.
박주홍은 "요즘은 경기에 매일 나가서 재미있다. 매일 나가도 못해서 위축됐었는데 내가 팀이 이길 때 도움도 조금 되는 것 같아 그게 제일 좋다"며 "내년을 위해선 올해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좋은 모습으로 끝내면 나도 내년이 기대될 것 같다. 내년을 위해 지금의 좋은 모습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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