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선수들이 총집합 한 메이저리그(MLB)에서 2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10년 가까이 활약하며 38승을 수확했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빈스 벨라스케즈(33)는 같은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벨라스케즈는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7피안타(3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 대신 MLB 출신 벨라스케즈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가을야구 진출과 나아가 더 높은 꿈을 꾸겠다는 계산이었고 잔여 시즌 소화를 위한 대가로 33만 달러(약 4억 5900만원)를 투자했다.
지난달 13일 첫 등판에선 3이닝 5실점으로 실망감을 안겼지만 이후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달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선 4실점했지만 6이닝을 책임지며 첫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5실점하며 벌써 3패 째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ERA)은 8.05로 치솟았다. 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맞았고 최근 경기에선 사사구도 6개나 허용했다.
빅리그에서 뛰던 선수와 같은 사람이 맞나 의구심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MLB에서도 잔뼈가 굵은 벨라스케즈는 국내를 찾는 어떤 빅리그 출신들과 비교해도 쉽게 밀리지 않는 커리어를 쌓은 투수였기 때문이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4시즌을 통째로 쉬어간 여파로 강력한 직구의 위력이 이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올 시즌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트리플A 18경기에서 5승 4패, ERA 3.42로 활약했다. 최소 데이비슨에 버금 가는 성과를 안겨줄 것으로 보였다.
처참하다는 표현이 과해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나쁠 수 없는 성적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서 허탈한 미소가 포착됐다.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벨라스케즈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날. 그럼에도 김 감독은 "마음이 편하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편안하게 보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만큼 이미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빼어난 외국인 투수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투고타저 시즌이지만 상대 타자들은 벨라스케즈의 공을 너무도 편하게 공략했다. 피안타율은 0.325에 달했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은 탓인지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89까지 치솟았다.
김 감독은 "본인이 공에 대한 생각을 빨리 잊고 어떻게 되든 자신의 스타일로 던져서 잘 들어가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던지기 전부터 걱정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몇 마디의 조언으로 바뀔 문제가 아니었다. 1회말 최정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KKK로 돌려세웠다. 이날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부풀기도 전에 또다시 대포에 고개를 떨궜다. 2회말 2사 1루에서 류효승에게 던진 몸쪽 높은 코스의 시속 148㎞ 직구를 통타 당했다. 0-2.
3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도 무실점으로 잘 넘겼지만 4회에 한유섬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고명준에게 던진 148㎞ 직구가 가운데로 몰려 다시 한 번 투런포를 허용했다. 앞서 고명준의 타석에서 보크를 허용했는데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은 뒤에도 주자를 견제하려던 과정에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얼마나 중압감이 큰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피치클락 위반도 두 차례 나왔다.
결국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5회 선두 타자 최정에게 이날 3번째 홈런을 맞은 벨라스케즈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현수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4패 위기 속에 ERA는 8.87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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