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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포스트시즌, 입장권 '현장 판매'가 필요하다 [류선규의 비즈볼]

다가오는 포스트시즌, 입장권 '현장 판매'가 필요하다 [류선규의 비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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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잠실구장 매표소. /사진=OSEN
잠실구장 매표소. /사진=OSEN

KBO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40여 년을 지나면서 프로야구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뜨거운 응원 열기와 함께 구단별 굿즈 판매, 지역 밀착 마케팅, 다양한 팬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야구장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확장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사람들의 야외활동 욕구가 폭발했고, 그 수요가 가장 강하게 몰린 곳 중 하나가 바로 야구장이다. 프로야구는 한 해 평균 72일 동안 각 구단의 홈경기가 열리는데, 이는 지역사회에서 가장 자주 개최되는 대규모 문화행사로 꼽힌다. 여기에 연고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상황은 더 특별해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가 광주에서 세 차례 홈경기를 치렀을 때 도시는 한마디로 축제 그 자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로야구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표 구하기 전쟁'은 일종의 사회적 문제도 낳고 있다. 바로 디지털 취약계층의 입장권 접근 문제다. 디지털 취약계층이란 스마트폰·인터넷·온라인 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 이용 능력이 부족해 디지털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을 말한다. 프로야구에서는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팬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고령층에게 온라인 예매는 '벽'이다. 앱 설치, 본인 인증, 카드 결제까지 이어지는 절차는 젊은 세대에겐 일상이지만, 이들에게는 난관이다. 일부는 자녀나 지인에게 부탁하지만, 포스트시즌처럼 몇 초 만에 매진되는 환경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애인 팬들에게도 온라인 예매는 만만치 않다. 시각장애인은 화면 낭독 기능이 예매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청각장애인은 본인 인증 단계에서 필요한 안내를 놓치기 쉽다. 외국인 팬은 더 복잡하다. 회원가입 시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필수이고, 결제는 국내 발급 카드만 허용된다. 사실상 해외 거주 외국인은 사전 예매가 불가능하다. 한국 야구를 보러 비행기를 타고 오는 팬조차 예매 장벽에 막히는 셈이다.


지난 8월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전광판에 한화 이글스의 구단 최초 한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 소식이 표출되고 있다. /사진=한화 구단 제공
지난 8월 2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전광판에 한화 이글스의 구단 최초 한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 소식이 표출되고 있다. /사진=한화 구단 제공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필자가 구단 프런트로 일했던 마지막 해인 2022년 KBO리그 총관중은 607만 6074명, 경기당 평균 8439명이었다. 불과 3년 전이지만 당시엔 야구장 매진 사례가 1년에 손에 꼽힐 정도였다. 전석 온라인 예매 체제였어도 디지털 취약계층이 표를 못 사는 건 그리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충분히 좌석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문화·여가 욕구가 폭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팬들의 수요는 공급을 앞질렀고, 온라인 예매의 편리함은 특정 계층에는 '장벽'으로 변했다. 이제는 주중 경기까지 매진되는 시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몇몇 구단이 변화를 시도했다. 일부 구단들은 정규시즌 경기에서 전체 좌석의 1% 안팎을 현장 판매로 배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올스타전에서 디지털 취약계층 전용 200석을 현장 판매로 내놓았다. 물론 수량은 제한적이었고 금세 매진됐지만, 상징적 의미는 컸다.


이런 조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표 몇 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자체가 팬들에게는 커다란 만족을 준다. 특히 오랫동안 프로야구를 지켜온 부모 세대, 장애를 갖고 있지만 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야구장이 나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로 다가간다.


서울 잠실구장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서울 잠실구장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올해도 곧 포스트시즌이 열린다. 포스트시즌 입장권은 일종의 '레어템'이다. 공식 예매는 불과 몇 분 사이 매진이 당연하다. 어떤 경기는 수십 초 만에 끝나기도 한다. 웃돈을 얹은 암표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은 사실상 배제된다. 정규시즌보다 더 치열한 경쟁 속에 접근할 길조차 없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프로야구의 축제이자, 지역사회의 대형 이벤트다. 지역 연고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숙박·외식·교통 등 지역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이 과정에서 특정 계층이 소외된다면, 그것은 흥행의 그림자일 수 있다.


1000만 관중은 자랑스럽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답게 세대를 아우르는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야구에 열광하게 된 배경에는 부모 세대의 영향도 크다. 어린 시절 부모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은 경험이 성인이 된 뒤에도 팬심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지금의 부모 세대, 더 나아가 조부모 세대가 계속 야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건 KBO와 구단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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