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의 첫째는 자기 반성에서 시작된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
우승의 한을 풀었고 다시 한 번 통합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그럼에도 염경엽(57) LG 트윈스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6년 전 그날의 아픔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LG는 128경기에서 78승 47패 3무, 2위 한화 이글스에 5경기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맞대결이 세 차례 남아 있다고는 해도 상대전적에서도 앞서 있고 남은 경기가 16경기에 불과해 역전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염 감독의 발언은 단순히 겸손의 표현처럼 들리지 않았다. 유사한 상황에서 상상치 못했던 결과에 고개를 숙여봤기 때문이다.
염 감독의 기억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감독이던 당시 8월 15일까지 112경기를 치른 SK는 2위 키움 히어로즈에 7.5경기, 3위 두산 베어스에 9경기 앞서 있었다.
이후 흐름이 묘하게 바뀌었다. SK가 3패 뒤 5연승을 달렸으나 다시 4연패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 사이 두산은 거침없는 상승세로 2위로 올라서며 SK를 맹추격했다. SK가 16경기를 남겨둔 시점 그 격차는 4.5경기까지 좁혀졌다. 지금과 거의 유사한 상황.

물론 여전히 두산의 역전은 쉽지 않아보였다. SK가 8승 8패로 반타작만 해도 두산은 남은 18경기에서 13승 5패 이상의 결과를 거둬야 했다.
그러나 두산엔 미라클이, SK엔 악몽이 펼쳐졌다. 6연패에 빠지는 등 6승 10패로 반등하지 못했고 두산은 10승 6패로 상승세를 타 0.5경기 차로 쫓긴 채 먼저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두산이 최종전에서 5연승을 달성하며 양 팀의 승차는 사라졌고 이 기간 세 차례 맞대결에서 2승 1패로 우위를 점한 두산이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섰다.
그렇게 힘을 잃은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3연패로 업셋을 당하며 최종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염 감독에겐 너무도 뼈아픈 결과였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조그마한 방심, 여유 이 두 단어가 결국 그대로 팀에 잠식되는 것이다.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며 "감독을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해봤다. 타이 브레이크도 내가 만들었다. 너무 억울했다. 당시 단장님께 얘기해서 이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우겨서 타이 브레이크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자신의 안일함이 희대의 추월극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죽도록 해도 안 될 때가 있다. 인생과 똑같다"고 당시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너무도 값비싼 교훈이었다. 염 감독은 "(실패엔) 분명한 원인이 있다. 성공의 첫째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된다. 자신을 돌아봐야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8월 대체 선수로 합류 후 괴물 같은 면모를 뽐낸 앤더스 톨허스트를 주 2회 등판시키겠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순위가 다 결정되기 전까진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큰 경험을 해봤지 않나. 그때 장문의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부상에서 복귀를 준비 중인 홍창기도 1군에서 10경기 가량 활용할 예정이다.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쓰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2023년 LG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증명을 했지만 여전히 전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즌 막판까지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LG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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