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의 유격수 오지환(35)이 외야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염경엽(57) 감독이 그 가능성을 열어놨다.
염경엽 감독은 16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사실 오지환을 좌익수로 낼까 생각도 했다"고 깜짝 발언을 내놓았다.
구본혁(28)의 데뷔 첫 선발 출전을 설명하며 나온 말이다. 장충고-동국대 졸업 후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5순위로 LG에 입단한 구본혁은 올해 9월 전까지 내야 전천후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정된 자리가 없어 후반기 40경기 타율 0.383(107타수 41안타) 13타점 8도루의 물오른 타격에도 매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7월부터 구본혁에게 외야 훈련을 시켰다. 지난 14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9회초 대수비로 깜짝 출장했고 이날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 외야수로 나선 것. 염 감독은 "구본혁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데 계속 쉬어야 했다. 구본혁이 8월에 누구보다 잘 치고 있는데 못 쓰고 있는 것이 전략적으로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본혁이 스프링캠프에 외야 훈련을 한 적은 없었다. 7월부터 연습시켰고 훈련 때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내년을 생각해도 구본혁과 오지환은 내야와 외야를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 팀으로서는 전체적인 활용 폭을 넓히는 것이고 선수들은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유격수 계보를 잇는 오지환의 외야 행은 팬들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 경기고 졸업 후 2009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프로 첫해부터 17시즌 간 유격수로서 활약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유격수로 뛴 경기만 1974경기다.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염 감독은 "오지환이 다른 포지션을 가본 적이 없다. 오지환도 나이를 먹으면 유격수를 계속하기 어렵다. 외야로 가면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다"며 "오지환과 구본혁은 누구보다 외야에서 잘할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다. 유격수들이 (3루 쪽 파울 타구) 쫓아가는 거 보면 못 쫓아가는 애들은 잘 못 쫓아간다. 그런데 오지환이나 구본혁은 범위가 굉장히 넓고 타구 판단이 좋아서, 낙구 지점을 판단해서 먼저 가 (타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선수들은 외야 수비를 잘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많은 나이의 선수에게 포지션 전환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오지환의 수비 센스와 기량을 믿었기에 할 수 있는 제안이다. 만약 오지환이 외야수도 가능해진다면 전술적인 활용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내야진 세대교체도 속도를 낼 수 있다.
LG와 2029년까지 계약이 돼 있는 오지환 본인에게도 체력을 비축하고 타격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선수 본인과 상의해서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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