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후 FA가 되는 2025년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37)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정상에 섰다.
선발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7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도 장·단 11안타를 몰아치며 한화 마운드를 압도했다. 신민재, 김현수, 구본혁이 각각 3안타로 분위기를 주도했는데, 김현수의 활약은 군계일학이었다.
김현수는 첫 타석부터 타점을 신고했다. 1회초 1사 2루에서 좌익선상 1타점 적시타로 신민재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회초에는 볼넷을 골랐고 6회초 1사 2루서 또 한 번 좌중간 1타점 적시타로 한 점 더 달아났다. 8회 마지막 타석에도 안타를 기록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편견을 완벽하게 깨부순 시리즈였다. 김현수는 이번 한국시리즈 5경기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529(17타수 9안타) 1홈런 8타점, OPS 1.342로 LG 타선을 이끌었다.
커리어 첫 한국시리즈 MVP도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89표 중 61표(톨허스트 14표, 박동원 10표, 문보경 2표, 신민재 2표)를 획득해 득표율 68.5%로 EV5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우승 후 만난 김현수는 "프로 생활을 20년 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 이런 날이 올 줄 생각도 못 했다. 좋은 성적으로 받게 돼 정말 기분 좋다"고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올해 전까지 김현수의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은 0.257(373타수 96안타)이었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5년, 2023년)을 경험했으나, LG에서 첫 KS 우승 당시에도 타율 0.238(21타수 5안타)에 그치면서 좀처럼 가을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했다. 특히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것이 팬들의 뇌리에 박혔다.
2008년의 김현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현수는 "그냥 못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때 배움이 컸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베테랑 소리를 듣는 선수가 됐다. 그때는 정말 어렸고 좋은 선배들이 그만큼 많이 다독여줬다. 그 덕분에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고 미소 지었다.
앞선 2번의 우승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나답지 않은 성적이 나와서 많이 걱정했다. 몸이 안 좋았으면 생각이 달랐을 텐데 몸도 정말 건강하고 체력도 다른 선수들보다 나은 거 같았는데 야구가 잘 안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안 된 이유를 알고 시즌을 시작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경기를 계속 나가는 게 힘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 초반에는 계속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경기에 나가면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LG 관계자들은 2023년 우승 시즌부터 입 모아 김현수가 팀 분위기를 바꿨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김현수는 "내가 보기보단 정이 있는 스타일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후배들에게 베푸는 건 내가 선배들에게 배운 걸 똑같이 한 것이다. 내가 바꿨다기보단 우리 선수들이 바꿨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오)지환이나 (임)찬규, 다른 팀 갔지만, (채)은성이, (유)강남이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이제 이틀 뒤면 공식적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도 정규시즌 140경기 타율 0.298, 12홈런 90타점 66득점, OPS 0.806으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큰 무대에도 강하다는 걸 입증했기에 주가는 최고조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MVP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에 김현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현수는 "내가 올해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3개인데 5개 이상 하는 게 목표다. 혼자 할 수 없는 거지만, 같은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LG를 떠날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는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 "내가 더 어필할 건 없다고 본다.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10개 구단이 나를 다 알 것이다. 언제 못하고 잘하고 너무 많은 기록이 나와 있는 선수라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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