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도, 선수 본인도 소집 해제만 기다렸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내년 복귀 시점도 불확실했으나 안우진(26)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즌 막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 히어로즈는 18일 "군 복무를 마친 투수 안우진을 선수 본인의 요청에 따라 확대 엔트리에 등록한다"고 밝혔다.
전역을 앞두고 휴일을 이용해 퓨처스에서 훈련에 나섰던 안우진은 벌칙 수비 훈련 도중 뼈아픈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이후 수술대에 올랐고 집도의는 치료와 회복을 위해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후에야 단계적으로 기술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이날 1군 등록은 더욱 의외인 결정이었다.
구단은 안우진의 요청사항을 받아들였다. "재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 지원에만 집중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안우진으로부터 선수단과 함께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확대 엔트리 등록 요청을 받았고 논의 끝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이날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시작으로 정규시즌 최종전인 30일 고척 SSG 랜더스전까지 7경기에서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더그아웃에서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부산(롯데), 대구(삼성) 원정도 예외는 없다.
경기에 뛸 수는 없는 몸 상태지만 그렇다고 규정상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구단은 "KBO에 안우진의 확대 엔트리 등록 가능 여부를 사전 문의했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크게는 메이저리그(MLB)에 하루라도 빨리 진출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 누군가에겐 소중한 출전 기회를 경기에도 못 뛰는 선수가 빼앗아 간 것이 아니냐는 등의 비판 여론도 존재한다. 구단과 설종진 감독 대행, 안우진의 입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해볼 수 있었다.

MLB 조기 진출 위한 편법인가?
빅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포스팅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등록일수(145일) 7시즌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안우진이지만 정작 등록일수를 채운 건 2시즌 뿐이다. 등록일수가 부족한 경우 두 시즌을 합산할 수 있는데 2018년(97일)과 2019년(107일), 2020년(130일)과 2021년(139일)을 어떤 식으로 더해도 3시즌을 더 뛰어야만 포스팅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초 안우진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소집 해제 후 팀에 1군 엔트리 등록을 통해 13일을 더하고 내년 3월로 예정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될 경우 추가로 최소 열흘 이상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이 경우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보태 등록일수 4시즌을 만들고 2018년과 2019년을 합산해 총 5시즌을 채운 채로 2026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 결국 2027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을 통한 빅리그 진출을 노려볼 계획이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물거품이 되는 줄 알았다. 안우진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야구 선수의 이 부위 수술은 처음 해보셔서 조심스럽게 길게 잡았던 것 같다"며 "12월 말에서 1월 초쯤 공을 던지기 시작해 중단 없이 간다고 했을 때 투구와 경기 등판까지는 3개월 정도, (빠르면) 4월쯤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에 열리는 WBC 출전은 불가능. 그렇다면 5시즌을 채우고 내년을 맞이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하다. 안우진 또한 이에 대한 질문에 "저도 정확한 (등록일수) 계산을 안 해봐서 모르겠다"며 "팀에서도 저에게 해야 되는 역할을 말씀해 주셨다. 저도 어릴 때 선배들과 얘기만 해도 도움이 많이 됐다. 여기 있으면서 어린 선수들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함께하고 싶었다. 많이 물어봤으면 좋겠다. TV로 경기를 계속 봤는데 마지막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엔트리 등록을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론 등록일수 확보가 엔트리 등록의 커다란 이유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5시즌을 채우진 못하더라도 만약 이번에 등록을 하지 않고 내년 복귀 또한 예상보다 늦어져 등록일수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1년을 더 뛰어야만 할 수도 있다. 설사 안우진이 등록일수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구단과 에이전트 등에서라도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결과적으론 등록일수에 의한 수혜를 보는 게 사실이고 경기에 뛸 수 없는 몸이라는 걸 고려하면 규정을 영리하게 혹은 교묘하게 활용했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았나?
그렇다면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안우진이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누군가의 기회가 사라지는 건 사실이다. 이 경우 단순히 규정을 '활용했다'는 표현보다는 '악용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허승필 단장과 미팅 끝에 안우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설종진 감독 대행은 이러한 시선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우진의 등록과 다른 선수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인과가 맞지 않는다는 것.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전반기부터 지금까지 신인 선수들을 많이 기용했다. 현재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고 있고 아직 경기도 남아 있는데 그 선수들은 지금도 출전 기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키움은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 14명 중 무려 12명에게 1군에서 기회를 줬다. 그 중에선 주축 선수로 도약한 이들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타 팀이었다면 이만한 기회를 얻기 힘들었을 성적이다.
또 KBO는 매년 9월부터 각 구단에 기존 28명의 명단 외에 5명을 더 추가할 수 있는 확대 엔트리를 시행하고 있는데 당초 키움은 정원인 33명 중 두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지난 11일에서야 포수 박성빈을 추가로 콜업했고 이후에도 안우진의 등록 전까지 한 자리는 비어있었다.
안우진을 등록하기 위해 비워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설 대행의 말처럼 확대 엔트리로 콜업된 선수들도 쉽게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박성빈은 이날까지 콜업 후 8경기에서 전혀 기회가 없었고 내야수 권혁빈도 9월 1군 등록 후 한 타석에도 나서지 못했다.
선수층이 얇아 확대 엔트리 시행 전부터 어느 팀보다도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던 키움이다. 안우진의 등록으로 누군가의 1군 콜업 희망이 사라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출전 기회를 빼앗았다는 건 맞는 말이라고 보긴 어려운 이유다.

엔트리 등록 없이 동행할 순 없었나?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지만 구단에 책임이 있는 안타까운 부상으로 수술대까지 올랐다. 특급 에이스인 만큼 동료들과 호흡하며 시즌을 마무리하는 그림은 3년 연속 꼴찌 팀을 응원하는 키움 팬들에게 그나마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다만 반드시 엔트리에 등록했어야 했나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은퇴를 앞뒀거나 부상을 당한 선수가 엔트리 등록 없이도 1군과 동행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봐왔다. 안우진도 그럴 수 없었을까.
구단 관계자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한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지만 엄연히 규정상으로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는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행은 할 수 있지만 경기 때는 관중석 혹은 라커룸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종종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이는 상대방에서 양해를 해줬기에 가능했다는 것. 만약 지적한다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경험을 공유하고 조언을 통해 후배들의 성장을 돕길 바라는 게 구단의 입장인데, 동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다면 이러한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굳이 활용하지 않을 한 자리를 포기하더라도 아직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젊은 선수들에게 안우진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성장에 크나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다.
설 대행 또한 "벤치에서 바라는 건 그것 밖에 없다고 본다. 젊은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KBO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팀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우진은 “경기에 못 나가는 건 아쉽지만 더그아웃에서 저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노력하려고 한다”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울 것이고 응원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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