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원석, 후반기엔 야구 안 할거야?"
전반기에만 10승을 달성했지만 이후 침체기가 길어졌다. 동료들은 오원석(24·KT 위즈)을 향해 짓궂은 장난을 건넸고 오원석은 오히려 힘을 내 7전 8기 끝에 1승을 추가할 수 있었다.
오원석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92구를 던져 6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11번째 승리(8패)를 따냈다.
커리어 하이인 10승을 훌쩍 넘었지만 후반기 7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오원석은 끝내 1승을 추가했다. 6위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2.5경기 차로 달아나는 귀중한 1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투수 김민을 내주는 조건으로 SSG 랜더스에서 선발 자원 오원석을 데려왔는데 올 시즌 야수 중에선 안현민, 투수 가운데 오원석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10승 8패, 평균자책점(ERA) 3.51로 KT에 크나 큰 힘이 됐는데 10승을 쓸어담았던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엔 승리 없이 5패만 떠안았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은 굳은 믿음을 나타냈다.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따로 이야기는 안 해봤다. 이상하게 운이 안 따른다. 어떻게 10승하고 딱 멈춰설 수가 있나. 두 달 정도 지나지 않았나"라며 "불펜들이 나빴다. 그래도 경기는 잘 만들어줬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타선이 초반부터 득점 지원을 했고 오원석은 적극적인 투구로 삼진을 늘려나가며 키움 타자들을 압도했다. 4회까지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고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5,6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오원석은 7회에도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린 뒤 이상동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홈 팬들은 환호성으로 오원석에게 격려를 보냈다.
최고 시속 147㎞를 찍은 직구는 59구나 던졌는데 이 중 72.9%(43/59)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질 만큼 자신 있었다. 타자들은 쉽게 오원석의 직구를 공략하지 못했고 체인지업(17구)과 슬라이더(11구), 커브(5구)에도 쉽게 방망이가 끌려나왔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오원석이 중요한 경기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씻는 좋은 투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7전 8기만에 선발승 달성 축하한다"고 전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원석은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인데 이겨서 다행"이라며 "저도 계속 연패였는데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늘 오원석을 괴롭혔던 건 제구였다. 지난해만 해도 올 시즌보다 이닝수는 적으면서도 사사구는 78개에 달했다. 올 시즌은 132이닝 동안 55개. 오원석은 "감독님과 (고)영표 형과 얘기하면서 밸런스가 좋아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볼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까 자신감도 생겨서 심적으로 쫓기던 게 줄어들어서 볼넷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늘 전반기보다는 후반기가 말썽이었다. "매년 제가 후반기 들어 오랜 만에 승리하는 일들이 많았다. 후반기에 약한 걸 알고 있었고 올해도 역시나 안 좋은 건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저는 잘 못 느꼈는데 힘도 떨어졌던 것 같고 그러다보니 밸런스도 바뀌는 것 같고 불필요한 동작도 많아졌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도 좀 안 좋았다"고 전했다.
동료들은 위로하기보다는 짓궂게 장난을 쳤다. 이미 자신의 몫을 다 해줬기에 가능했다. 황재균은 "제발 '똑바로 던지라', '10승하고 야구 안할거냐'라고 장난스럽게 놀리다보니 원석이가 너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원석은 "'전반기에만 야구하고 안 할거냐'고 말도 했는데 (장난일줄) 다 알고 있었기에 웃으면서 넘겼다"며 "(장)성우 선배님과 (황)재균 선배님이 그러셨다. '후반기 야구 안 할거냐'고 했는데 오히려 힘이 됐다. 장난인줄 알았기에 그 자체가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은 건 5경기. 어쩌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1승을 추가한 게 오원석으로선 더 없이 기쁠 수밖에 없다. "하던 대로 준비를 잘했고 후반기 들어서 경기를 많이 나가진 않고 쉬기도 하다보니 힘이 좀 있었던 것 같다"며 "선발 경기가 많이 안 남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끝나기 전까지 1승은 더 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너무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젠 가을야구를 향해 나아간다. 3위에 올라 있는 친정팀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붙게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오원석 또한 "당연히 상상해봤다. 랜더스가 3위이기 때문에 가을야구에서 붙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당연히 저희가 이겨야 된다"며 "그런 상상을 했긴 하지만 지금은 일단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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