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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의 '신들린 용병술'도 무색, 김서현의 충격적 붕괴... 한화의 씁쓸한 엔딩 [인천 현장]

노장의 '신들린 용병술'도 무색, 김서현의 충격적 붕괴... 한화의 씁쓸한 엔딩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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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안호근 기자
한화 선수들이 1일 SSG전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배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리그 최고의 투수가 흔들렸지만 믿음을 보였다. 반대로 타선 운영은 한 템포 빨랐다. 그만큼벤치 자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이들은 노장의 신뢰에 확실히 보답했다. 그렇게 기적을 쓰는 듯 했던 한화 이글스가 너무도 뼈아픈 엔딩을 맞이했다.


한화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9회말 투런 홈런 두 방을 맞고 5-6 역전패를 당했다.


앞서 경기를 마친 선두 LG 트윈스가 패배하며 1위 결정전을 향하는 꿈을 꿨던 한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로 2위가 됐다. 한국시리즈가 아닌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한화는 리그 최고 투수 코디 폰세를 앞세웠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1시간 지연 개시된 탓인지 경기 초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폰세가 1회말 선두 타자 박성한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몰렸고 선제 솔로포를 얻어 맞았다.


탈삼진왕을 확정한 폰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3회초 타선이 한 점을 보태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폰세는 천적의 면모를 과시하던 앞선 SSG전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6회까지 2실점으로 버텼고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드류 앤더슨(SSG·245개)을 훌쩍 뛰어넘어 KBO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을 252개로 늘렸다. 투수 4관왕도 확정했다.


그러나 한화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7회초 곧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김경문(67) 감독 용병술은 감탄을 자아냈다.


1-2로 뒤진 1사에서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태연을 대신해 타석에 나선 최인호가 우익수 방면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주자 이원석이 대신 2루에 섰다. 김경문 감독은 포수 최재훈을 빼고 이도윤을 다시 대타 카드로 활용했다. 이번엔 좌전 안타를 날리며 대주자로 나선 이원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화의 쇼타임은 계속됐다. 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은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1사 1루 심우준 타석에서 이진영을 투입했고 좌투수 한두솔의 시속 133㎞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제대로 걷어 올려 역전 투런 홈런을 만들었다.


분위기를 탄 한화는 2사에서 루이스 리베라토의 볼넷, 문현빈의 우전 안타에 이어 노시환의 내야 안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7회초 대타로 투입돼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린 이진영(왼쪽)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폰세에게 승리 요건까지 안겼고 7,8회를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이제 9회엔 한화 마무리 김서현(21)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팀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클로저의 등판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적 같은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기에 이보다 좋은 카드는 없었다. 채현우와 고명준에게 공 하나씩만 던져 가볍게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다. 승리까진 아웃카운트 단 하나. 벌써 최종전 승리 후 1위 결정전으로 가는 꿈으로 부풀었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제구가 몰려 대타 류효승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김서현은 또 다른 대타 현원회를 상대했다. 2020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나 통산 20경기 출전에 그쳤던 무명 선수. 볼카운트 2-2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시속 135㎞ 슬라이더에 현원회의 방망이가 빠르게 돌았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이 됐다. 현원회의 데뷔 첫 홈런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 터져나왔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보태면 승리를 거둘 수 있었기에 김서현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서현은 올 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는 정준재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스트레이트 볼넷.


타석엔 신인 포수 이율예가 등장했다. 올 시즌 5경기에 나서 안타가 단 하나뿐인 경험이 부족한 타자. 하지만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김서현의 시속 151㎞ 직구가 가운데로 날아들자 세차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다시 한 번 좌측 외야를 향해 커다란 아치를 그리더니 담장을 넘어갔다. 데뷔 첫 안타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안타도 홈런으로 장식했고 끝내기는 처음이었다.


반면 리그 세이브 2위 김서현과 한화 입장에선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가 3점 차로 앞선 9회말 2사에서 경험이 부족한 타자들에게 홈런 두 방을 맞고 패하는 그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1위에 대한 갈망이 컸기에 너무나도 뼈아팠던 9회말이었다.


김서현(오른쪽)이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화 선수들이 끝내기 패배 후 원정 관중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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