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의 외국인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33)가 또 다른 레전드 스토리를 썼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원 삼성전 출전을 위해 국가대표팀 소집까지 정중하게 거절하더니, 기어코 수원 골망을 흔들며 귀중한 골을 터뜨린 것이다.
무고사는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3라운드 홈경기에 교체로 출전해 팽팽한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비록 후반 막판 동점골 실점과 함께 팀도 1-1로 비겨 빛이 바랬지만, 무고사가 넣은 골은 인천에 귀중한 승점 1을 안겼다.
'원샷원킬'이었다. 후반 12분 교체로 출전한 무고사는 투입 7분 만에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가로채면서 인천의 역습이 전개됐고, 무고사는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에서 이명주의 패스를 받았다. 그는 김민준 골키퍼가 나와있는 것을 보고 골대 상단 구석을 노려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강한 슈팅 대신 골키퍼 키를 넘겨 정확하게 상대 골문을 겨냥한 슈팅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1·2위 팀 간 맞대결에서 터진 귀중한 선제골이었다.
이 경기를 위해 국가대표팀 소집도 정중하게 거절할 만큼 팀 승격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실제 2위와 맞대결에서 골까지 터뜨렸다. 앞서 구단에 따르면 무고사는 10월 A매치 기간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무고사는 새로 부임한 미르코 부치니치 감독과 직접 통화해 이번 명단에서 제외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A매치 기간에도 K리그2는 휴식기 없이 진행되는데, 만약 대표팀에 차출되면 1·2위 간 맞대결인 수원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무고사의 정중한 대표팀 제외 요청을 몬테네그로축구협회와 부치니치 감독 모두 존중해줬다. 무고사는 앞선 A매치 기간과 달리 이번엔 대표팀으로 향하는 대신 인천에 남았다. 지난 주말 화성FC전에서 숨을 고른 그는 이날 교체로 나서 '한 방'을 노렸고, 실제 상대 골망을 흔든 뒤 인천 서포터스 앞에서 특유의 세리머니까지 펼쳐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구단주이기도 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 명예시민증'을 받은 날이어서 그 의미는 더했다. 지난 2018년 입단으로 처음 인천과 연을 맺은 무고사는 2022년 비셀 고베(일본)로 이적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온 공격수다. 승격 전쟁을 위해 대표팀 소집마저 거절한 일화가 보여주듯 인천 구단과 팬들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로도 꼽힌다. 그리고 실제 이날 중요한 경기에서 한 방까지 터뜨렸으니, 팬들의 감동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비록 결승골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무고사의 '한 방'은 인천을 K리그2 우승과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을 더한 인천은 승점 70(21승 7무 5패)을 기록, 2위 수원(승점 60)과 격차를 10점으로 유지했다. 리그 우승과 승격 결실을 위해 필요한 승점은 단 9점, 이제는 한 자릿수까지 줄었다.
만약 이날 인천이 패배했다면 선두 자리도 위협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다만 이제는 사실상 K리그2 우승 안정권에 접어들게 됐다는 평가다. 스스로도 결코 쉽지 않았을 대표팀 명단 제외 요청, 그리고 어쩌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터뜨린 귀중한 골까지. 무고사의 선택과 결실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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