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번 비로 인해 투구가 밀렸지만,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가을 벌써 2번째 호투로 팀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었다.
원태인은 1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5전 3선승제)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회초 원태인은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우익수 쪽 안타를 맞으며 시작부터 위기에 몰렸다. 흔들릴 법도 했지만 원태인은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최정도 삼진 처리한 그는 한유섬에게 볼넷을 내줘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고명준을 초구에 3루수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이후 경기는 1회말 첫 타자 김지찬 타석에서 비로 인해 중단됐다. 그라운드 정비로 인해 37분간 경기가 멈췄고, 원태인도 그만큼 어깨가 식을 위기에 놓였다. 그는 계속해서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달구기 위해 노력했다.
원태인은 2회에도 무사에서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아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래도 이번에는 김성욱을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후 안상현의 타구를 2루수 류지혁이 센스 있는 플레이로 더블플레이를 유도, 한번에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3회 이지영-박성한-에레디아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원태인은 4회 첫 실점을 기록했다. 선두타자 최정에게 좌익수 옆 2루타를 허용한 그는 한유섬을 유격수 뜬공, 고명준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최지훈에게 1루수 옆을 뚫고 가는 안타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3회말 상대 실책과 구자욱의 적시 2루타로 3점을 올려 이미 리드를 잡고 있었다. 원태인의 실점으로 경기 흐름이 넘어가지는 않았다. 힘을 낸 그는 5회초 안상현을 번트 뜬공을 잡은 후 자신에게 강했던 이지영을 삼진아웃시켰다. 박성한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으나 에레디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후 삼성은 5회말 김성윤과 김영웅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얻으며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후 6회 까다로운 타자 최정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한유섬에게 변화구가 빠지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지만, 고명준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최지훈을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어 7회에도 올라온 그는 김성욱을 직선타로 잡은 후, 안상현과 11구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냈다.
이후 원태인은 투수코치에게 공을 넘기고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관중들은 기립해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모자를 벗어 관중들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원태인은 이날 6⅔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면서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정규시즌 최다 투구 수가 104구였던 그는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이를 넘기는 공을 던졌다.
삼성도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5-3으로 승리했다. 가을야구에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면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높였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을 이긴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 확률은 100%(7회 중 7회)에 달한다.
앞서 원태인은 지난 7일 홈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이날 역시 비로 인해 경기 시작이 45분 미뤄졌음에도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원태인은 "중요한 경기였는데 이길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잠시 멈춘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재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실내에서 스트레칭하고 열이 안 식게 하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저번엔 경기 들어가기 전에 밀렸는데 이번엔 지연이라 오히려 오늘이 힘들었다. 다시 외야에 가서 하고 캐치볼도 한게 그나마 다시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6회까지 이미 많은 공을 던졌던 원태인은 7회에도 올라왔다. 그는 "몸이 좀 식고 힘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며 "힘이 떨어질 때 되지 않았나 했는데 코치님께서 할 수 있냐고 했다. (강)민호 형한테 바로 가서 '제가 던지는 게 맞습니까' 물었고 '지금 공 너무 좋다. 맞아도 네가 맞아야 된다. 네가 던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수 강민호도 "오늘도 90구 정도 던졌을 때 (원)태인이가 나에게 와서 '저 7회에도 올라갈까요?' 하길래 '하위타선이니까 올라가라. 투구 수 되면 내려가면 되지 않나' 라고 했더니 본인도 알겠다더라"라고 전했다.
원태인은 7회를 돌아보며 "마무리하는걸로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두 번째 타자(안상현)와 승부가 너무 길어졌고 투구수도 많아졌다. 올라와서 의사를 물어봤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서 더 던지면 다음에도 영향이 있고, 내 욕심보다 불펜 투수들을 믿었다"로 밝혔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원태인은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그는 "항상 기립박수 받으면서 마무리하는 건 최고의 영광의 순간이다. 어제 자기 전에 혼자 상상했는데 그 상상대로 모든 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실점을 상상했는데 1실점으로 살짝 어긋났지만, 어제 상상대로 모든 게 잘 풀렸다"고 기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