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를 치르며 험난한 여정을 거쳤지만 결국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두 시리즈 연속 '승장'이 된 박진만(49)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남다른 인연의 '패장'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을 찾아 예우를 다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PO 4차전에서 5-2로 이겨 PO에 진출했다.
감독 첫 시즌 8위에 머물렀던 팀은 지난해 놀라운 행보로 준우승을 달성했고 올해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3위 SSG까지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2년 연속 PO로 향했다.
시리즈에 돌입할 때부터 둘의 각별한 관계가 조명됐다. 5살 차이인 둘은 프로에서 오랜 인연을 맺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1996년부터 2005년 박 감독이 삼성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10년을 함께하며 4회 우승을 함께 이뤄냈다.
둘의 인연은 그 이상으로 각별했다. 준PO 1차전을 앞둔 이숭용 SSG 감독은 "박진만 감독은 현역 시절 때도 특별하게 많이 좋아했던 후배였다"며 "다른 이야기지만 결혼도 내가 소개시켜줘서 했다. 현역 때 특히 많이 예뻐했던 선수였다. 이렇게 감독이 돼서 상대 팀으로 만나는 것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도 "현대 입단하면서는 선배였다.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해서 분위기를 몰랐을 때 많이 가르쳐주셨고 내가 따라가면서 물어볼 게 있으면 많이 물어봤다"며 "그런 부분에서 프로에서 적응을 잘 할 수 있게끔 해준 게 이숭용 선배다. 밥도 엄청 많이 얻어먹었고 서울 집에 찾아가서 잘 정도로 특별한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백년가약의 상대까지도 소개를 해줬다. 박 감독은 "결혼해서 아들을 잘 키우고 있다. 고맙다. 연애도 길게 했는데 (이숭용 감독과) 같이 다니면서 좋은 추억도 많았다. 여러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신 선배님"이라며 "처음 야구를 하게 해준 선배이고 지금은 상대팀 감독이지만 선수 때부터 존경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끝에는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무조건 상대를 이겨야하니까 그런 건 운동장에서 접어 두고 어떻게 해야만 이숭용 감독의 머리 위에서 전략상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3위팀을 꺾는 파란을 보여줬다.
경기 종료 후 다시 선후배 사이로 돌아갔다. 승장으로서 인터뷰를 모두 마친 박진만 감독은 코치진들이 먼저 떠나고 홀로 감독실에 남아 있는 이숭용 감독을 찾아갔다. 상대 감독이 아닌 각별했던 인연이 있는 후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원정 감독실의 문을 노크하고 조심스레 발을 디딘 박 감독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다시 감독실을 빠져나왔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지만 승패가 갈린 뒤엔 얼마든지 아름다운 동료애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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