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리는 가을비에도 불구하고 1차전 피칭을 위해 빗속에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의 KBO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하루 뒤로 미뤄지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이 비로 인해 취소됐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누구보다도 기다렸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딱 한 차례(2018년) 가을야구에 올랐던 한화는 이번 시즌 내내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면서 호성적을 펼쳤다. 막바지까지 활약을 이어간 끝에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어렵게 올라간 만큼 첫 경기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역대 41번의 플레이오프(1999, 2000년은 양대리그)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를 확률은 75.6%(31회), 5전 3선승제에서는 76.5%(34회 중 26회)까지 오른다. 특히 4위 삼성이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SG 랜더스를 업셋하고 올라가면서 이 기세를 꺾어야 하는 임무가 생겼다.

이를 위해 한화는 특급 에이스 폰세가 1차전에 나서게 됐다. 그는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80⅔이닝을 투구,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의 성적을 올렸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0.944)에서 모두 선두에 등극, 외국인 선수 최초로 투수 4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삼성전 1경기(7월 30일, 대전)에서도 6이닝 동안 99구를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성도 폰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화에서 제일 까다로운 상대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와 홈런왕 르윈 디아즈 모두 폰세를 언급했다. 후라도는 "폰세를 두고 같이 투구를 하는 자체가 힘든 싸움일 거라 생각한다"고 했고, 디아즈 역시 "한화는 투수들이 다 좋다"고 말하면서도 "고른다면 폰세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비가 1차전 변수가 됐다. 이날 대전에는 오후 4시를 전후해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우가 시작됐다 바로 멈췄지만, 이후 5시를 넘어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점점 비가 굵어지면서 그라운드에 대형 방수포가 깔렸다.

관중들도 비를 피해 콘코스 지붕 아래로 이동한 상황, 그라운드에 한 선수가 나왔다. 바로 폰세였다. 그는 오른쪽 외야에서 점퍼를 입고 런닝을 시작했다. 경기가 재개됐을 때 몸이 식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몇 차례 왕복을 이어간 폰세는 이윽고 점퍼를 벗고 유니폼 차림으로 뛰기 시작했다. 폰세의 달리기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쳤던 비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몸을 풀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폰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 30분이 가까워지도록 비는 그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결국 게임 시작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시작 직전 취소가 결정됐다. 역대 플레이오프 8번째이자 포스트시즌 23번째 우천 순연이었다.
비로 밀린 1차전은 18일 오후 2시에 재개된다. 한화는 그대로 폰세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삼성 역시 헤르손 가라비토가 그대로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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