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름끼쳤어요. 타석에 서면 저도 삼진 당할 거 같아요."
한화 이글스 문현빈(21)이 '대전 왕자' 문동주(22)가 시속 162㎞의 강속구를 꽂는 순간의 감상이다.
한화는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삼성을 9-8로 승리했다.
한화에는 2018년 10월 22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이후 2263일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다. 대전에서 마지막 포스트시즌 승리는 무려 6291일 만으로,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 준PO 3차전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선발 매치업은 코디 폰세(한화)와 헤르손 가라비토(삼성)으로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2회에만 양팀 통틀어 8점이 나더니, 종국에는 양 팀 간 26안타와 17득점이 오고 간 난타전으로 예상 밖 전개가 이뤄졌다. 막판까지 1점 차 접전이 펼쳐진 경기에서 한화 3루수 노시환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이 있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노시환은 "(문)동주가 7~8회에 막았을 때였다. 공도 너무 좋았고 그때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동주가 한화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7~8회는 맹렬하게 몰아치던 삼성 타선이 침묵하던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문동주는 2022년 데뷔 후 정규시즌 통산 상대 전적 8경기 6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알아주는 삼성 킬러였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그런 문동주를 특급 불펜으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는 폰세의 뜻밖의 부진에 가을야구 첫 경기부터 실현됐다.


평균 직구 시속 154㎞를 던지는 선발 투수의 전력 투구는 상상 이상이었다. 7회초 강민호, 박병호로 이어지는 베테랑들이 헛스윙 삼진-1루 뜬공으로 정리됐고, 끈질긴 타자 김지찬마저 6구 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특히 김지찬에게 던진 4구째 시속 162㎞(전광판 기준) 직구는 그야말로 전율이었다. 트랙맨 기준으로도 시속 161.6㎞가 찍힌 이 공은 문동주 개인 역대 최고이자, 올 시즌 KBO 리그 최고 구속이었다.
그야말로 경기 분위기를 바꾼 퍼포먼스라 할 만했다. 문동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한화 더그아웃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를 돌아본 문현빈은 "(문)동주 형 세리머니가 정말 멋있었다. 나도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그랬을 텐데..."라고 웃어 보이면서" 동주 형이 팬들을 더 열광시킨 것 같아 그게 좀 멋졌다"고 떠올렸다.
8회초 삼성 중심 타선도 맥을 못 췄다. 선두타자 김성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을 뿐, 구자욱을 땅볼, 르윈 디아즈와 김영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성난 사자 군단을 잠재웠다. 최종 2이닝(29구)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는 그렇게 문동주의 차지가 됐다.
경기 후 만난 문동주는 "첫 경기가 정말 중요했는데, 잘 해낸 것 같아 기쁘다"며 "(시속 162㎞ 구속은) 구속이 떨어질 정도로 아직 날이 안 추운 게 이유 같다. 또 (채)은성 선배님 적시타가 터지고 나서 팀이 정말 중요한 상황에 올라갔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임에도 불펜으로 첫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에 전혀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다. 문동주는 "아쉽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가을야구를 1차전부터 경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 생각한다.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느 상황이든 준비가 됐다. 어느 자리에서 나가게 됐든 오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활짝 웃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