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선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흥국생명 새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등록명 레베카)은 올 시즌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IBK기업은행에서 방출된 이후 4년 만에 한국 무대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홀로 28점, 개막전부터 맹폭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끈 뒤 직접 밝힌 '이유 있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레베카는 1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에서 양 팀 최다인 28점을 책임지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흥국생명에선 레베카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을 만큼 레베카 존재감이 컸는데, 특히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내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공격 성공률은 49.1%, 점유율은 37.1%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날아올랐다. 첫 세트부터 10점을 책임지며 기선제압에 앞장선 그는 2세트에서도 9-9로 맞선 초반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흥국생명이 흐름을 잡는 데 일조했다. 3세트를 내주며 흔들리던 흥국생명이 4세트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순간 터진 레베카의 득점포가 있었다. 특히 레베카는 상대가 추격의 불씨를 지피려 할 때마다 여지없이 날아올라 전·후위 공격을 성공시키며 상대 의지를 꺾었다. 레베카를 앞세운 흥국생명은 결국 정관장을 완파하고 개막전부터 승리를 따냈다.

레베카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경기였다. 그는 지난 2021~2022시즌 당시 등록명 라셈으로 이미 V-리그 무대를 누볐던 선수다. 당시 소속팀은 IBK기업은행이었는데, 소속팀 사정 등과 맞물려 단 19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할머니가 한국인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힘이 약하고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등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채 한국을 떠나야 했다.
이후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리그 등에서 뛴 레베카는 지난 시즌 푸에르토리크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은 뒤 한국 무대에 재도전했다.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7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은 그는 4년 전 아쉬움 속 끝나버린 한국 무대에 다시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V-리그 복귀전에서 홀로 28점을 책임지며 팀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레베카는 "정말 많이 노력했다. 이제는 배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달라졌다. 그만큼 갈증도 있다. 힘으로 해소하면서 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서)채현 선수와 계속 열심히 맞춰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 노력 때문이라도 에너지를 더 끌어와서 더 세게 때리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며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선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4년 전 지적과 비슷하게 이날 역시도 3세트 이후 떨어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실제 1세트와 2세트 17점이던 그의 득점은 3세트와 4세트에선 11점으로 줄었다. 코트 밖에서 허리를 치료를 받는 듯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레베카는 떨어져 보이는 힘이나 에너지 레벨, 허리 통증까지 모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허리 통증에 대한 질문에 "괜찮아요"라며 한국말로 답하며 웃어 보인 그는 "근육이 타이트해져서 그런 거지 문제는 없다. 괜찮다"면서 "힘들 때는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한다. 힘들 때일수록 더 집중하는 걸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레베카는 "오늘 스스로의 경기력은 80점으로 평가한다. (100점이 아닌 건) 이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집중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며 "훈련할 때도 더 연습해야 한다. 힘든 상황일 때 스스로 100% 더 푸시하는 걸 연습하면서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레베카를 향한 사령탑의 기대도 크다. 요시하라 토모코(일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레베카는 경기를 하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장점은 큰 키(190cm)다. 파워가 더 붙으면 더 좋아질 거다. 한 경기 한 경기 성장했으면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의 맹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따낸 뒤에도 "레베카에게는 훈련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계속 때리는 걸 강조하고 있다"면서 "더 성장했으면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보여준 활약보다 더 높게 오를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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