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14년 만에 처음으로 양쪽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뛰고 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부산 KCC 이지스에 있어 장재석(34)의 존재가 소중해지고 있다.
KCC는 6일 오후 4시 30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 프로미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2라운드 홈경기에서 80-77로 승리했다.
3쿼터 초반 한때 17점 차로 뒤지던 KCC는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었다. 2연패에서 탈출하면서 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홈 팬들 앞에서 기분 좋게 이길 수 있었다. 시즌 전적 10승 8패(승률 0.556)가 된 KCC는 상대팀 DB, 다음 상대 SK와 함께 공동 3위가 됐다.
이날 KCC 승리의 주역은 단연 장재석이었다. 스타팅으로 출격한 그는 팀 내 최다인 35분 33초를 뛰면서 22득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득점은 개인 최다 기록에 하나가 모자랐고, 리바운드는 최고 기록이었다. 9번의 2점슛 성공 역시 최다 타이였다.
장재석은 초반부터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면서 찬스를 만들어줬다. 공격에서도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면서 득점을 추가했다. 한때 집중력이 흔들리며 이지샷을 놓치기도 했으나, 곧바로 이를 만회할 활약을 펼쳐줬다.
특히 3쿼터 17점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3분 동안 자유투를 포함해 11득점을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격차를 좁혔다. 수비에서도 리바운드를 꾸준히 따내며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다. 4쿼터 중반에는 2점 차로 따라가는 점수에 이어 73-71로 리드를 잡는 득점까지 올려줬다. 또한 막판 77-77에서 결정적인 수비 리바운드를 따내며 윤기찬의 결승 3점포를 도왔다.

경기 후 장재석은 "시합 안 뛰는 선수까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믿어줘서 끝까지 따라가는 경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 정관장전에서 22점 차에서 맹추격했으나 패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저번 경기는 아쉬웠다"고 한 그는 "오늘은 승리로 마무리해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장재석은 경기 내내 투맨게임을 시도하며 스크린을 걸어줬다. "힘들다"고 고백한 그는 "아직 미들슛 장착 못해서 많이 뛰어다니고 있다"며 "요즘 농구는 에너지 레벨이 높다"고 했다.
이날 4년 만에 20득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장재석의 가치는 수비에 있다. 본인 역시 "감독님도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 보완하는 말씀 해주신다. 점수를 많이 안 내주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공격에서 자신 있는 시도를 하려 하는데, 그는 "감독님고 그렇고 (최)준용이도 계속 공격을 더 해보라고 한다"고 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장재석은 최근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가고 있다. 2020~21시즌 이후 한동안 30분 이상 출전한 경기가 없던 그는 올해 KCC 이적 후에만 5번이나 이를 경험했다. 특히 송교창이나 최준용 등 신장이 있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장재석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4일 정관장전과 이날 DB전에서 모두 35분 이상을 소화했다. 이상민 KCC 감독은 "백업으로 쉬엄쉬엄 해야 되는데, 쥐날 정도로 뛰고 있다"며 "힘든 데도 참고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장재석은 "나이는 속일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젊을 때 시합을 많이 안 뛰어서 무릎이나 체력을 많이 아껴놨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30분씩 계속 하는 게 처음"이라고 말한 그는 "엊그제 경기에서 양쪽 다리에 다 쥐가 났다. 처음이었다. 비시즌에도 이렇게 많이 뛸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많이 뛰는 게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재석은 "내가 25살이면 많이 뛰고 기록만 생각할 수 있는데,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라며 "내가 뛰어서 계속 이기면 좋지만, 부상자가 돌아와서 '빅4'가 잘 맞춰 이겨내는 걸 팬들도 원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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