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펜진이 흔들렸고 김경문(67) 한화 이글스 감독은 탄탄한 선발진 문동주(22)와 라이언 와이스(29)에게 그 임무를 대신 맡겼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한화 불펜진은 마음 속에 독기를 품었다. 그리고 이는 완벽히 각성 모드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한화는 30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LG 트윈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을 치른다.
원정에서 2연패를 당했지만 홈으로 돌아와 무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를 챙겼다. 대전에서 열린 한국시리즈로는 1999년 우승 시즌 이후 26년 만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3차전까지 내리 내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0%에 수렴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했던 승리였다. 8회 타선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김서현(21)을 위시한 불펜진이 살아난 것도 크나 큰 수확이었다.

여기엔 불펜 투수들의 남다른 마음 고생이 숨어 있었다. 한화는 극강의 선발진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가을야구 들어 선발진이 흔들렸지만 더 불안한 건 불펜이었다. 특히 마무리 김서현이 무너졌고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따랐다.
김경문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과 3차전 문동주를 가장 중요한 순간 투입했고 6이닝 동안 10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1승 1홀드를 수확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와이스는 2차전엔 선발 등판해 4이닝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지만 5차전 선발 코디 폰세에 이어 6회부터 등판해 4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졸지에 일자리를 빼앗긴 불펜 투수들로선 아쉬움이 클 법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 투수 한화의 클로저 김서현도 3차전 문동주에게 역할을 빼앗긴 것에 대해 "굉장히 나가고 싶었지만 동주 형이 저보다 페이스가 훨씬 좋았다"며 "서운한 점도 이었는데 동주 형한테 미안했다. 잘 막아줬는데 끝나고 나서 제가 못 뛰어서 동주 형이 마음이 안 좋았을텐데 고맙다고 하지 못했다. 동주 형이 잘 막아줘 제가 다시 일어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운한 마음은 더욱 강한 열망으로 변했다. 김서현은 3차전에서 팀이 1-2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1,3루에 등판해 걱정을 키웠다. 폭투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고 8회말 타선이 역전극을 써낸 뒤 9회를 지켜내 승리 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부터 5경기에서 4이닝 동안 1실점, 평균자책점(ERA) 2.25로 호투를 펼치고 있는 박상원(31)도 "표현은 안 했는데 화가 많이 났다. 선발진이 팀에서 가장 강한 투수들이라고 생각하고 잘 던져줘 고맙고 그 덕에 한국시리즈에 올 수 있었지만 중간 투수들이 잘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게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선발들이 제 자리로 돌아가면서 좋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반등의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정신적으로도 저를 더 다잡으면서 피칭을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저에겐 더 좋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7승 8패 1무로 근소 열세를 보였지만 홈에선 5승 1무 1패로 강했고 3차전 홈으로 돌아오자마자 승리를 따냈다. 이날 선발 투수는 와이스가 나선다. 와이스 이후 마운드를 얼마나 잘 지켜낼 지가 중요하다.
전날 5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던 김서현이 이날도 출격 대기한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올 시즌 마지막이니까 불펜에서 몸을 풀어서 괜찮다면 3연투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원에 대해서도 "좀 나아졌다. 걱정스럽게 들어왔는데 좋은 모습을 찾았다. 한승혁만 자기 페이스 찾으면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불펜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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