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57) 감독이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과 동행을 이어간다. 지난해 6월 부임 후 정식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대전 구단을 이끌고 한 시즌 반 동안 이뤄낸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실상 감독 커리어가 끝난 것 아니냐'는 혹평까지 받았던 사령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실제 지난해 4월 황선홍 감독은 그야말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으로 이끌고 출전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하면서, 한국축구의 2024 파리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하는 건 무려 40년 만의 일이었다. 황선홍 감독도 귀국길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대참사'를 막지 못한 탓에, 현장 복귀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 감독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터라, 어느 팀이든 황선홍 감독 선임 역시 부담이 컸다. 일각에서 감독 커리어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던 배경이었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진출 실패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6월 당시 강등권에 처져 있던 대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다. 예상을 훨씬 넘어선 이른 복귀에 논란도, 우려도 컸다. 심지어 황 감독은 과거 대전의 기업구단 전환 이후 초대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계약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던 전력마저 있었다. 대전 팬들이 황선홍 감독 선임에 비판 목소리를 낸 이유이기도 했다.
"싸울 건가, 포기할 텐가. 저는 전자를 선택했고, 포기하지 않고 싸워 나가겠다". 황선홍 감독은 대전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두 달 만의 현장 복귀 결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설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저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탈락 결과를 뒤로한 채, 지도자로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다짐이었다.
대전 감독 부임 초반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7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지는 등 한때 황선홍호 대전은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올림픽 진출 실패 이후 두 달 만에 돌아온 현장에서 또 다른 실패의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전에서마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감독 커리어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름 들어 반전이 시작됐다. 모기업 지원 속 대대적인 선수 보강이 이뤄지고, 일본인 전술 코치 선임을 통해 전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이 새롭게 주전으로 자리 잡은 대전은 후반기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결국 대전은 1차 목표였던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황선홍 감독 선임 당시 비판 목소리를 내던 대전 서포터스는 잔류가 확정되자 사령탑의 이름을 연호하고, 황 감독은 그런 팬들에게 큰절로 화답했다. 황선홍 감독은 잔류 확정 직후 "힘들어서 서면, 거기가 끝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했다.

오롯이 '황선홍 감독 체제'로 준비한 2025시즌 대전은 더 높이 날았다. 지난 시즌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던 대전은 3월부터 두 달 넘게 리그 선두를 달릴 정도의 '강팀'이 됐다. 지난 시즌 황선홍 감독 체제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잔류하고, 주민규를 필두로 여름엔 이명재, 김봉수 등 국가대표급 자원들까지 품으면서 전력이 더 강해졌다.
비록 시즌 중반 이후 힘에 부치고, 전북 현대의 고공비행이 이어진 탓에 우승 경쟁에선 뒤처졌다. 그래도 시즌 내내 최상위권을 유지한 황선홍호 대전은 파이널 A그룹(상위 스플릿)으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대전 구단 역사상 파이널 A그룹 진출 성과를 황선홍 감독 체제로 처음 이뤄냈다.
나아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른 상태다. 4경기씩 남겨둔 30일 현재 대전은 2위 김천 상무와 승점(58점)이 같은 3위다. 4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51점)와는 7점 차로 여유가 있다. 군팀인 김천은 AFC 클럽대항전 출전 자격이 없다. 김천을 제외한 리그 순위에서 전체 2위만 유지하면, 대전은 전북과 광주FC의 코리아컵(FA컵) 결승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2026~2027시즌 AFC 주관 최상위 대회인 ACL 엘리트(ACLE) 본선에 나선다. 대전 구단 역사상 2002~2003시즌 이후 무려 23시즌 만의 아시아 무대이자 창단 첫 ACLE 무대가 다가오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대전 구단에 새길 수 있는 또 다른 역사다.
결국 대전 구단도 황선홍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부임 첫 시즌 목표였던 잔류, 그리고 올 시즌엔 창단 첫 파이널 A그룹 진출에 ACL 출전 가능성 등 성과를 인정했다. 황선홍 감독은 구단을 통해 "지난해 부임 당시 팀이 어려운 상황으로 부담과 책임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현장 경험과 간절함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대전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ACL과 리그 우승을 노리는 경쟁력 있는 팀이 돼야 한다.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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