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시민야구단 창단. 이것이 제11, 12구단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허구연 KBO 총재는 5일 오후 1시 30분 울산광역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KBO 퓨처스리그 울산프로야구단 창단 업무협약식 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1군 신구단 창설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날 KBO와 울산시는 2026시즌 퓨처스리그 참가를 목표로 울산시민구단 창설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울산시는 구단 창설 후 지속적·안정적 운영을 위해 행정적·재정적으로 적극 추진·지원하고, KBO는 전력 강화를 위해 단장·코칭스태프 구성, 선수 선발 등에 참여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을 달고 창단한 구단은 몇몇 있었다. 지금까지는 독립리그 소속으로 선수들이 회비를 내면서 뛰는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초로 KBO 퓨처스리그 소속으로, 몸값을 받고 선수들이 뛰게 된다. 이에 허구연 총재도 "지방정부가 프로야구에 참가하는 역사적인 일이다. 제도권 진입하는 팀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KBO와 울산시는 그동안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문수야구장 관람석 증설 및 유스호스텔 건립사업, 울산-KBO Fall League 개최 등을 함께 추진했다. 그러면서 퓨처스리그 구단 창설 기반을 다져왔다. 김두겸 시장은 "그동안 울산은 산업에만 매진해왔는데, 투 트랙 정책을 통해 체육, 문화, 관광 등 굴뚝 없는 산업도 하려고 한다. 야구를 (울산의) 새로운 스포츠로 열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허 총재는 "울산 구단이 너무 잘해서 충격받을까봐 걱정"이라며 "외국인 선수 4명 이상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도리어 다른 팀이 밀릴 수도 있다. 전력 면에서는 큰 걱정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여기에 방출 인원 중 선수생활을 이어갈 자원까지 끌어모으면 기존 퓨처스리그 팀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울산시와 KBO의 협약 내용을 보면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울산시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프로야구 1군팀 추가 창단 시 울산지역 연고팀 창단 상호 노력'이라는 문장이 있다. 현재 10구단 체제인 KBO 리그에 제11, 12구단이 창설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허 총재도 "전국에서 야구단 창단하겠다는 도시는 5~6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1군 새 구단 진입을 뜻하진 않는다. 허 총재는 울산을 연고로 하는 1군 구단 창단 검토에 대해 "그건 아니다"라며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는 "인구와 선수 자원 등을 감안하면 팀 증설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1, 12구단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다"고 밝혔다.

다만 울산에 1군 구단이 올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연고 이전'이다. 허 총재는 "연고지 이전은 축구나 농구에서는 나오고 있다. 야구도 언제든지 구단의 의지에 따라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창원시와 갈등을 빚은 NC 다이노스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NC는 올해 울산 문수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 바 있다.
허 총재는 "원래는 울산시가 9, 10구단을 창단할 때 매력적인 후보였다"라며 "당시에는 야구장이 없어서 우선순위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2014년 문수야구장이 개장했고, 최근 관중석 증설과 유스호스텔 건립이 겹치면서 1군 구장으로서 손색없는 곳으로 탈바꿈 중이다.
김 시장 역시 "울산 홈경기로 몇몇 팀이 왔다 갔다 했는데, 언제든 연고지를 바꿀 수 있다. 울산에 야구 붐이 일어나고 시민들이 야구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프로야구단이 메리트 있는 곳으로 옮기지 않겠나. 그럴 때 울산이 유치하지 못한다는 법이 있겠나"고 했다.
1982년 시작된 KBO 리그에서 연고 이전은 두 차례 나왔다. 1982년부터 3년 동안 대전을 연고로 했던 OB 베어스(현 두산)가 창단 당시 약속을 통해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다. 이어 현대 유니콘스가 2000시즌을 앞두고 인천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기로 했으나, 2007년 해체 전까지 수원에서 8년 동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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