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치의 지시도 없었고 포수도 변화구를 요구했지만 김서현(21·한화 이글스)은 직구만 뿌렸다. 성과라면 최고 시속 156㎞를 기록한 것이었고 아쉬운 점은 제구였다.
김서현은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 2차전에 2-0으로 앞선 5회말 구원 등판해 21구를 던져 ⅔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1실점하고 강판됐다.
다행스럽게도 뒤이어 등판한 팀 후배 정우주가 삼진을 잡아내 추가 실점을 지워낼 수 있었지만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올 시즌 한화의 마무리로 거듭난 김서현은 33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거듭났다. 그러나 가을의 기억이 뼈아팠다. 2연승을 하면 타이브레이커로 갈 수 있는 상황에서 SSG 랜더스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하위 타선에 홈런 2개를 맞고 무너졌고 그 여파가 가을야구에서도 이어졌다.
김서현은 가을야구 5경기에서 3피홈런 6실점, 평균자책점(ERA)이 14.73에 달했다. 불펜진 활용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 한화는 결국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의 지나친 비난에도 직면해야 했던 김서현은 앞선 훈련 과정에서 미디어 노출을 조심스러워하며 훈련에만 전념했다. 1차전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등판하지 않았던 김서현은 이날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는 마르틴 무지크에게 2구 연속 속구를 뿌렸고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 문제는 제구였다. 보이텍 멘식을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도 쉽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뿌리지 못하고 볼넷을 내줬다. 야쿠브 윈클러에겐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맞았으나 2루수 신민재가 2루로 송구, 선행 주자를 잡아내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럼에도 쉽게 제구를 잡지 못했다. 마렉 크레아치릭에게도 직구만 뿌렸지만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고 밀란 프로콥에겐 볼카운트 0-2에서도 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했고 결국 1타점 좌전 안타를 맞고 결국 정우주와 교체됐다.
평가전은 결과보단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무대다. 그렇다고 연습경기와는 또 다르다. 제구가 잡히지 않는 직구를 계속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기 후 만난 류택현 투수 코치도, 류지현 감독도 벤치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공을 받은 포수 조형우는 "중간 중간 변화구를 요구했는데 고개를 돌리고 변화구를 던지기 싫어하는 느낌이었다"며 "공은 좋았다. 너무 세게 던지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만난 김서현은 "처음에 직구를 던졌을 때 땅볼이 나오는 걸 보고 직구로 승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구로 승부했다"고 밝혔다.
아직 가을야구의 악몽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김서현은 "마지막 경기(한국시리즈 4차전)만 봐도 변화구가 상당히 안 좋았고 변화구를 던질 때 너무 티가 나는 것도 있었다"며 "아직까지는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오늘은 직구를 많이 던졌다"고 설명했다.
확 짧아진 피치클락 규정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계기가 됐다. "15초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공을 받자마자 15초가 바로 흐르는 것이라서 타이밍이 빠르기도 했고 거의 쉴 틈 없이 바로바로 던졌어야 해서 볼도 많았던 것 같다"며 "그걸 신경쓰다보니 오늘 (제구가) 안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나마 핑계를 대자면 이것인 것 같다"고 전했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구속은 올라온 걸 확인했다. 김서현도 "마지막 경기 때 구속이 안 나왔는다. 힘을 많이 쓴 것 같았는데 그래도 구속은 그래도 잘 나와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