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1년 연속 프로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유신고등학교는 내년에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좌완 이승원(17)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9㎝ 몸무게 72㎏의 그는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ML)와 KBO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 ML 스카우트는 시즌 중 스타뉴스에 "이승원은 사이즈도 좋고 시속 148㎞만 던져도 계약할 수 있다. 투수로서 잠재력은 김지우(서울고), 하현승(덕수고)보다 낫다"라고 할 정도로 2027 KBO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분류됐다. 팔꿈치 부상이 변수였다. 이승원은 황금사자기를 마친 5월 왼쪽 MCL(Medial Collateral Ligament·팔꿈치 내측측부인대) 부분 수술을 받았다. 순조롭게 복귀해도 풀시즌은 어렵다.
하지만 에이스 이탈에도 유신고 마운드는 오히려 기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2학년 좌완 박찬희(17) 덕분이다. 경기 중앙중 출신의 박찬희는 키 194㎝ 몸무게 95㎏으로 뛰어난 신체 조건을 지녔다. 이승원의 수술이 결정될 무렵인 황금사자기부터 본격적인 경험을 쌓았다.
기록 자체는 좋지 않다. 12경기 동안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4.91, 22⅓이닝 20사사구 30탈삼진으로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승원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로 단연 박찬희가 첫손에 꼽힌다. 한 KBO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박찬희는 신체 조건이 우수한 좌완 투수다. 당장은 정교함이 부족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호평했다.
배터 박스까지 좀처럼 힘이 떨어지지 않는 직구와 빠른 성장세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1학년 시즌을 마친 후 찾아온 허리 통증으로 지난겨울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음에도 결국 시속 145㎞로 최고 구속도 경신했다. 홍석무(40) 유신고 감독도 "(박)찬희가 정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지난해 허리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많은 훈련으로 이겨냈다"고 칭찬했다.

하이라이트는 올해 전국대회 2관왕 경남고와 봉황대기 준결승전이었다. 선발로 등판한 박찬희는 경남고 타선을 상대로 2⅓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솎아내면서 1실점으로 버텼다. 박찬희 이후 유신고 마운드가 9실점 하면서 그 위력이 실감됐다.
최근 유신고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박찬희는 "올해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아쉬웠던 2025년이었다. 지난해 허리가 안 좋아 쉬고 몸을 만들지 못했다. 이제 그런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을 집중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후반기 경험은 유신고와 박찬희 모두에 큰 도움이 됐다. 유신고는 이승원이 돌아올 때까지 1학년 문준혁(16)과 함께 팀에 중심을 잡아줄 1선발을 얻었다. 박찬희는 승민재(19·대학 진학), 이준서(18·롯데 7R) 등 3학년 선배들의 조언 속에 빠르게 에이스로서 살아남는 경기 운영을 배웠다.
박찬희는 "(승)민재 형과 (이)준서 형이 많이 알려주셨다. 경기할 때는 투구폼 등 내 것보다는 눈앞의 타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타자가 뭘 잘 치고 못 치는지나 작전이 나올 타이밍 같은 걸 알려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올해 많은 경기를 뛴 것이 가장 큰 소득 같다. 구속도 목표한 만큼은 나와서 이제는 제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경기 운영도 형들에게 많이 배웠으니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구 외에도 커터와 커브를 능숙하게 던진다. 커터는 투수 코치와 학교 선배이자 같은 좌완 남호(25·은퇴)로부터 추천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커브는 LA 다저스에서 올해 은퇴한 좌완 클레이튼 커쇼(37)를 보며 맞는 그립을 찾았다.

롤모델은 보스턴 레드삭스 특급 좌완 개럿 크로셰(26)를 꼽았다. 평소 메이저리그를 즐겨보는 박찬희는 흔들리는 제구에도 자신 있게 공을 꽂아 넣는 모습에 방향을 정했다. 크로셰는 최고 시속 161㎞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잦은 부상과 불안한 제구로 뒤늦게 빛을 봤다. 올해는 32경기 18승 5패 평균자책점 2.59, 205⅓이닝 46볼넷 255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그 역사를 읊은 박찬희는 "크로셰 선수가 롤모델이다. 그 선수가 처음에는 제구에 문제가 있던 선수인데 공을 꽤 씩씩하게 던지더라. 그러다 제구가 잡히고 사이영상에 근접한 투수가 됐다. 그런 부분에서 정말 존경스러운 선수"라고 강조했다.
한국 KBO 리그에서는 비슷하게 올해 신인 정우주(19·한화 이글스)와 배찬승(19·삼성 라이온즈)이 눈에 들어왔다고. 박찬희는 "어릴 적에는 SK(현 SSG)를 좋아했고 요즘은 한화 경기를 자주 챙겨본다. 좋은 투수들이 많고 특히 정우주 선수가 데뷔 첫해인데도 씩씩하고 패기 있게 던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떠올렸다.
내년에는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할 차례다. 박찬희는 2026년 목표로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직구 구속은 시속 140㎞ 중반을 꾸준히 던지고 싶고 변화구도 한두 개 더 늘려서 평균 이닝을 길게 가져가고 싶다"라며 "올해 함께했던 형들이 프로에 가는 걸 보며 많은 자극이 됐다. 프로 지명과 유신고의 우승을 목표로 힘껏 달려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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