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팬분들한테 승리의 기쁨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부산 연고 이전 이후 처음이자 홈 개막 두 경기 만에 '새 연고지' 부산 팬들에게 감격적인 승리 기쁨을 선물했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13일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3-2(20-25, 25-20, 18-25, 27-25, 15-6)로 제압했다.
앞서 지난 9일 대한항공과의 부산 홈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져 고개를 숙였던 OK저축은행은 홈 개막 두 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며 부산 팬들과 처음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구단 역사에 남을 '부산 시대 첫 승리'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안산을 연고로 창단한 OK저축은행은 수도권에 집중된 수도권에 편중된 한국 배구 기반 확대 및 구단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난 6월 부산 연고 이전을 공식화했다. 이후 부산시와 연고 협약을 체결한 뒤 올 시즌 '부산 시대'를 새로 열었다.
역사적인 부산 홈 개막전이었던 지난 대한항공전엔 입석 티켓까지 모두 팔려 무려 4270명의 만원관중이 몰렸다. 당시엔 주말인 데다 홈 개막전 특수가 맞물려 더욱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부산 첫 평일 홈경기였던 이날에도 3072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부산의 뜨거운 배구 열기를 보여줬다.

OK저축은행도 많은 부산 홈 팬들 앞에서 치열한 명승부와 함께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화답했다.
1세트와 3세트를 각각 내주며 세트 스코어 1-2로 밀린 OK저축은행은 4세트에서도 18-13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세트 막판 20-21 역전을 허용, 그야말로 궁지에 내몰렸다. 분위기가 완전히 꺾인 채 홈 개막 두 경기 연속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원빈의 속공 득점과 상대 범실로 다시 리드를 잡은 뒤, 매치 포인트 상황에선 차지환의 퀵오픈 성공으로 기어코 듀스를 만들었다. 24-25로 뒤진 상황에선 상대 서브 범실과 전광인의 블로킹, 상대 공격 범실로 내리 3점을 따내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갔다.
부산 홈팬들에게 첫 승리를 선사하겠다는 OK저축은행의 집념이 5세트를 지배했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서브 범실에 차지환의 퀵오픈·오픈 연속 득점, 디미트로프의 연속 서브 득점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9-2로 달아났다. 현대캐피탈의 막판 반격 속 전광인의 서브 득점에 디미트로프의 블로킹을 앞세워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고 부산 팬들에게 첫 승리를 선사했다.

이날 OK저축은행은 디미트로프가 서브·블로킹 득점 2개씩 더해 25점으로 활약했고, 전광인이 블로킹 4개와 서브 득점 2개 포함 19점으로, 차지환은 18점으로 각각 힘을 보탰다. 특히 차지환은 팀이 궁지에 내몰렸던 4세트에서만 7점, 공격 성공률은 무려 87.5%를 기록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차지환은 경기 후 중계사 인터뷰를 통해 "홈 개막전에서 져서 선수들의 부담감이 많았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첫 시즌인 만큼 꼭 승리를 가져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무력하게 진 것 같아서 선수들이 부담이 많았다. 이겨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5세트)까지 와서 지면, 홈 개막전에서 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부산 팬분들한테 꼭 배구의 승리 기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선수들한테도 '여기까지 왔는데 질 수 없지 않느냐'고 강하게 이야기했다"며 "앞으로도 뜨거운 열기, 승리의 달콤함을 최대한 전달해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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