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입대도 고민되던 2년 차 투수가 1년 만에 국가대표 필승조로 탈바꿈했다. 그 뒤에는 사령탑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이로운은 본리초-경복중-대구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SSG 랜더스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대구고 1학년 때부터 전국적으로 주목받았고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과 주 무기 체인지업은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대로 데뷔 첫해부터 50경기 57⅔이닝을 소화하며 중용됐다. 하지만 첫해 평균자책점 5.62에 이어 2년 차에도 63경기 56이닝 평균자책점 5.95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탓에 병역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스멀스멀 나왔다.
하지만 SSG 구단과 이숭용(54) 감독은 1년 더 믿는 쪽을 택하면서, 이로운에게 이른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이로운은 9월 19일 키움 히어로즈전 등판을 끝으로 1군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이후에도 일주일의 휴식 뒤 퓨처스리그 2경기 2이닝만 소화하고 2024시즌을 종료했다. 그 이유로 이숭용 감독은 "(이)로운이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1군에 있기보다 2군에서 훈련하며 내년(2025년) 시즌을 준비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SG는 KT 위즈와 치열한 5위 다툼 중이었다. 끝내 9월 30일 최종전까지 72승 2무 70패로 동률을 이루며 순위를 가리지 못했고, KBO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게임까지 열렸다. 최종전까지 살얼음 같은 나날을 보냈기에 투수 한 명이 귀한 상황에서 내린 과감한 결단이라 볼 수 있었다.
이 선택은 최고의 결과로 돌아왔다. 최근 '2025 이마트 노브랜드배 CHAMPIONSHIP'에 참석해 스타뉴스와 만난 이로운은 "지난해 일찍 쉰 것이 엄청 도움 됐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그때 생각을 정리하고 모든 걸 다 바꿨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도전을 결심한 게 그때였다. 신체적으로도 변화구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바꿨다. 배영수 코치님은 체력 운동을 많이 시켜주셨고, 송신영 코치님은 변화구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직구 그립도 바꿨고 피칭 패턴도 다시 정립했다. 어떤 구종을 추가하고 가다듬어야 할지 많은 걸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직구와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를 가다듬으면서 이로운은 최고의 구원 투수로 올라섰다. 올해 정규시즌 75경기 6승 5패 3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9, 77이닝 66탈삼진으로 SSG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섰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평가전에서 두 번째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과 1차 평가전 4회초 2사 1, 3루에서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기 때문. 이후 볼넷도 내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운은 "정말 쉼 없이 달려와서 시즌 중에는 시간이 안 간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한순간인 것 같다. 잘했다고 생각한 시즌이라 스스로 다독여 주고 싶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이 떠올라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가장 잘된 것으로 어느 정도 잡힌 변화구 제구, 아쉬운 것으로 체인지업 완성도를 꼽았다. 이로운은 "변화구 제구가 잘 되면서 직구도 같이 살아났다. 카운트 싸움에서도 앞서게 됐고 볼넷 비율도 많이 줄인 것이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체인지업이 내 주 무기인데 완성도가 100%는 아니다. 시즌 중후반부터 체인지업이 내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돌파구를 찾으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짚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휴식기에 들어갔음에도 이로운은 여전히 SSG랜더스필드로 출근해 보강 운동을 하고 있다. 어렵게 잡은 태극마크를 내년까지 이어가 보겠다는 유지해보겠다는 각오다. 이로운은 "지금 가진 긴장의 끈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아까 (노)경은 선배가 말씀하셨듯이 비시즌 운동이 한해 농사와 같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하다. 올해 잘한 이유도 지난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한 덕분이다. 올해도 무조건 잘 준비해서 내년도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내년 가장 큰 목표는 전반기를 잘 보내서 팀 순위를 최대한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도 나가고 싶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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