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는 12월 6일입니다."
지난 9월이었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은행 K리그1 31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12월 6일'을 콕 집어 언급했다. 당시 광주는 K리그 파이널 A그룹(상위 스플릿) 진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기였는데, 이 감독은 파이널 A 경쟁에 대한 의지 대신 '12월 6일'을 목표로 답했다.
이정효 감독이 목표로 언급한 이날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다. 광주는 창단 처음으로 코리아컵 결승에 올라 전북과 결승 단판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당시 두 달도 넘게 남은 대회 결승 일정을 콕 집어 언급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매 경기 성장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12월 6일에 있을 결승전을, 한번 멋지게 치러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광주는 파이널 A그룹 진입엔 실패했다. 대신 파이널 B그룹으로 향한 뒤 단 2경기 만에 조기에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잔류 확정 이후에도 광주는 3경기에서 2승을 더했다. 파이널 라운드 5경기 4승 1패, 최종 승점은 54점(15승 9무 14패)으로 파이널 B그룹 최고 순위인 7위로 시즌을 마쳤다. 파이널 A그룹 5위 강원FC(승점 52), 6위 FC서울(승점 49)보다도 더 많은 승점을 쌓았다.
일찌감치 전북과의 단판 일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한 만큼, 이제는 결실을 맺을 일만 남았다. 이정효 감독으로서는 광주 구단의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하게 될 무대이기도 하다. 만약 광주가 전북을 꺾고 정상에 오르면, 구단 최초의 코리아컵 우승 타이틀이 광주 역사에 새겨진다. K리그2 우승은 두 차례(2019·2022년) 있지만, 1부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 우승은 광주 구단 최초다.

이정효 감독은 이미 광주 구단 새 역사들을 거듭 써내려 왔다. 코리아컵 결승 진출 자체도 창단 처음이고, 지난 2023시즌엔 구단 1부 역대 최고 순위인 3위를 이끌며 최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을 이끌었다. 2024~2025시즌 ACLE 무대에서는 시도민구단 사상 첫 8강 성과까지 냈다. 이정효 감독이 광주 구단을 넘어 국내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른 건 인상적인 경기력뿐만 아니라, 결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이정효 감독 입장에선 '설욕'의 무대이기도 하다. 올 시즌 광주는 전북과 세 차례 맞대결에서 1무 2패로 열세였다. 지난 2월 원정에서 2-2로 비겼으나 5월과 7월 홈에서는 모두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일찌감치 '12월 6일'만 바라보며 전북과 결승을 준비해 온 이정효 감독이 올 시즌 전북에 유독 약했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어떠한 '노림수'를 준비했을지에도 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광주 팬들도 그런 '이정효호'를 향해 뜨거운 응원으로 힘을 보탠다. 그동안 홈 앤드 어웨이로 진행되던 코리아컵 결승은 지난해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단판 결승으로 바뀌었다. 광주 팬들 역시 결승전 당일 대거 서울로 이동하는데, 구단에 따르면 이날 무려 61대의 버스에 1700여명의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이 팬들을 포함해 이날 경기장 광주 팬존 기준 예매 티켓수는 7000장이 넘어선 상태다.
만약 광주가 우승을 차지하면 다음 시즌 다시 한번 아시아 무대에도 나설 수 있다. 코리아컵 우승팀은 K리그 순위에 따라 ACLE 또는 한 단계 낮은 ACL2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올 시즌 K리그1 4위 안에 들지 못한 광주는 우승 시 ACLE 대신 ACL2로 향하게 된다. 이는 구단 역대 두 번째 AFC 주관 클럽대항전 출전권이기도 하다. 이정효 감독도 구단을 통해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아시아 무대에 도전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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