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상대들이 정해지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열린다. 본선 출전팀이 늘어나면서 토너먼트 진출 관문 역시 넓어진 상황. 결국 홍명보호의 운명을 가를 최대 변수는 최하위인 포트 4 상대다.
FIFA는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을 진행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42개 팀,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PO) 4개 패스, 대륙간 PO 2개 패스 등 총 48개 팀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운명이 이날 결정된다.
조 추첨은 48개 팀을 4개 포트에 12개 팀씩 나눈 뒤, 각 포트당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개최국 자격으로 포트1에, 내년 3월 PO를 앞둔 UEFA PO 4개 패스와 대륙간 PO 2개 패스는 포트4에 각각 배정됐다. 남은 39개 팀은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포트가 갈렸다. FIFA 랭킹 22위 한국은 포트2에 속했다.
조 추첨은 포트1부터 진행되고 이후 포트2, 포트3, 포트4 순으로 추첨이 진행된다. 대회 규정에 따라 멕시코는 A조, 캐나다는 B조, 미국은 D조 편성이 확정됐다. 포트1에 속한 나머지 9개 팀이 추첨을 통해 C조 또는 E조~L조에 편성되고, 이후 포트 팀들의 추첨이 속속 진행되는 방식이다. 같은 포트에 배정된 팀, 그리고 유럽을 제외하고 같은 대륙에 속한 팀은 한 조에 속할 수 없다. 유럽은 최대 두 팀까지 같은 조에 속할 수 있다.
한국은 포트1에서는 모든 팀과 만날 수 있다. 대신 포트1에서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포트3, 포트4에서 만날 수 있는 팀들이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포트1에서 개최국인 북중미팀을 만나면, 포트3에서는 파나마 및 같은 대륙인 아시아팀들, 포트4에서는 아이티·퀴라소와 한 조에 속할 수 없다. 포트1에서 남미팀을 만나면 포트3, 포트4에서 잇따라 유럽팀을 만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개최국이라는 뚜렷한 홈 이점을 고려하면 포트1에서는 어느 팀을 만나도 부담스럽다. 그래도 FIFA 랭킹 1~9위 팀을 피하는 게 최상이고, 개최국 중에서도 FIFA 랭킹이 유일하게 한국보다 낮은 캐나다(27위) 또는 역대 전적(6승 3무 3패)에서 앞서는 미국이 '그나마' 나을 수 있다. 포트3에서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속한 노르웨이를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경계하고 있고, 이집트나 알제리도 홍명보호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대일 수 있다. 대신 포트3 최하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파라과이, 스코틀랜드, 파나마 등은 그래도 해볼 만한 상대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홍명보호의 운명이 행운의 조 또는 죽음의 조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는 결국 포트4에서 어떤 팀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팀들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뉴질랜드(86위)나 월드컵 본선이 처음인 카보베르데, 퀴라소 등과 만날 수도 있지만, UEFA PO를 앞둔 이탈리아(12위)나 덴마크(21위) 등 유럽팀과 만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가 속한 UEFA PO 패스 A 폭탄이 어느 조로 향하게 될지는, 이날 전 세계가 주목할 최대 이슈 중 하나다.
포트4 팀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번 월드컵부터 32개국 출전·16강 토너먼트가 아닌 48개국 출전·32강 토너먼트 체제가 됐기 때문이다. 직전 대회까지는 각 조 2위까지만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면, 이번 대회는 각 조 1위·2위뿐만 아니라 12개 조 3위 중 무려 상위 8개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다. 토너먼트 진출 확률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홍명보호의 1차적인 목표 역시 우선은 '조별리그 통과'에 맞춰질 가능성이 큰데, 조별리그에서 1승만 거둬도 그 확률이 크게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북중미 월드컵처럼 48개국 참가·32강 토너먼트 체제로 지난달 열린 2025 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은 토너먼트 진출이 훨씬 쉬워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회였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1승이라도 거둔 조 3위 팀은 12개 조 중 10개 팀이었는데, 이 가운데 무려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심지어 이 중 절반은 1승 2패의 성적으로도 32강에 올랐고, 멕시코는 1승 2패에 득실차가 –2인데도 32강 진출의 기회가 돌아갔을 정도다.
이번 대회 역시 조별리그에서 1승만 거둬도 32강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고, 그 1승 과정에서 다득점까지 더해진다면 그 확률을 크게 키울 수 있다. 결국 포트1, 포트3에서 만만치 않은 팀들과 만나더라도 마지막 포트4에서 대회 최약체와 만난다면 32강 희망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포트1, 포트3에서 최악을 피하더라도, 이른바 '포트4 폭탄'이 한국이 속한 조로 향한다면 그야말로 죽음의 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날 모든 포트4팀의 배정이 끝날 때까지, 월드컵 조 추첨식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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