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울고 싶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 역대 최고의 네임밸류를 가진 선수로 평가받는 제시 린가드(33·잉글랜드)가 FC서울과 2년 동행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그는 많은 팬들과 동료들 앞에서 결국 눈물을 펑펑 쏟았다.
린가드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 시티(호주)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을 통해 서울 고별전을 치렀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구단이 린가드와 계약 연장 없이 결별한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올 시즌 서울의 마지막 경기였던 이날이 그에게도 서울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린가드는 지난해 초 서울 이적설이 처음 돌 당시만 해도 '황당한 루머'로 치부될 만큼 국내 축구계를 뒤흔든 선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13시즌을 뛴 선수인 데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출전할 만큼 그야말로 '역대급 커리어'를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의 린가드 영입 공식 발표가 이뤄지자 엄청난 화제가 됐던 이유였다.
'린가드 효과'는 그라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K리그에서 뛰는 린가드의 데뷔전을 보기 위해 지난해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엔 무려 5만 1670명, 당시 K리그1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이 들어찰 정도였다. 이후에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한동안 '린가드 열풍'이 K리그를 강타하기도 했다.
이른바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도 많은 화제가 됐다. 린가드는 몸을 사리기보다는 오히려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훈련장에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김기동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시즌부터 주장단에 이름을 올리더니 올 시즌엔 아예 정식 주장으로 선임돼 선수단을 이끌 정도였다.

다만 선수 커리어 막바지를 향해 가는 시기에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끝내기엔 본인의 '도전 의지'가 워낙 컸다. 서울 구단과 계약엔 1년 연장 옵션이 있었고, 구단도 연장을 원했으나 린가드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사실 린가드가 한국으로 향했던 배경 역시도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공백기가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꾸준한 출전을 통해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함이 컸다.
지난 두 시즌 꾸준히 활약하며 경기력이 어느 정도 올라온 만큼, 린가드는 이제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커리어 마지막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구단 역시도 린가드의 의지를 존중해 계약 연장 대신 박수로 떠나보내기로 했다. 실제 린가드는 최근 잉글랜드 구단들을 중심으로 한 이적설이 거듭 나오는 중이다.
린가드는 서울 팬들 앞에서 치르는 고별전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보였다. 비록 팀의 1-1 무승부로 자신의 고별전 골이 결승골까지는 되지 못해 아쉬움도 남았으나,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며 서울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골을 넣은 직후엔 문워크 댄스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볼거리도 선사했다.
다만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엔 2년 간 정들었던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수많은 서울 팬들 앞에 서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구단도 헌정 영상 등을 통해 린가드의 환송 행사를 마련해 줬다. 비단 린가드뿐만 아니라 통역 등 서울 스태프도 그와의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기 후 린가드는 "환상적이었던 2년이었다"고 서울에서의 지난 두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처음 왔을 땐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정신적으로도, 축구선수로도 쉽지 않은 시기였는데 (지금은)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며 "구단에서 만난 스태프, 선수들, 팬분들과 그동안 형성됐던 감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 2년 동안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에, 아예 경기장에 올 때부터 울 작정을 하고 왔다. 좋은 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울고 싶었다. 두 손을 모아 수호신(서포터스), 그리고 서울을 응원해 주셨던 모든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사랑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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