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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은퇴 후 돌아온 '김연경 제자' 이나연, 1년 만에 확 바뀐 '반전 인생'

"이러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은퇴 후 돌아온 '김연경 제자' 이나연, 1년 만에 확 바뀐 '반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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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세터 이나연. /사진=김명석 기자

"작년 겨울만 해도 남편이랑 저녁 먹으면서 TV로 봤었는데..."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세터 이나연(33)이 웃으며 말했다.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프로배구 홈경기 3-0 완승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이나연은 풀세트를 소화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가 2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 출전한 경기들을 포함해 팀도 시즌 첫 3연승을 달리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나연에겐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지난해 그는 프로에서 은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2012시즌 IBK기업은행에 입단했던 그는 GS칼텍스, 현대건설을 거쳐 지난해 7월 은퇴했다. 그해 겨울 이나연은 선수가 아닌 V-리그를 TV로 보는 '시청자'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올겨울엔 코트를 직접 누비고 있다.


이나연은 "지난해엔 저녁 먹으면서 V-리그를 TV로 봤었다. 지금 이러고 있는 게 신기하다"며 웃어 보인 뒤 "(그때는 복귀할 생각이 없었기에) 더 재미있었다. 이제 저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시청자 입장에서 배구가 안 하는 날은 심심할 정도였다. 스트레스도 없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봤다"고 덧붙였다.


흥국 세터 이나연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볼배급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프로 은퇴 후 그는 포항시체육회 소속으로 실업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다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에 출연한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나연은 선배이자 '감독' 김연경의 혹독한 지도를 받으며 다시금 배구 열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경기 감각이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초반엔 부침이 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원더독스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다 지난 10월 흥국생명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프로로 향한 '김연경 제자 1호'였다.


이나연은 "출연 당시에는 쉬고 복귀한 지 얼마 안돼 체력도, 감각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김연경 감독님도)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면서 "(프로 복귀를 결심한 건) 은퇴할 때 아쉽게 은퇴했다. 코트에 들어가는 게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로 찜찜하게 은퇴해서 그 찜찜함을 없애고 싶었던 것 같다. 프로 복귀를 결심한 뒤 남편은 제가 최대한 부담을 안 갖도록, 마음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7일 IBK기업은행전을 통해 프로 복귀전을 치른 그는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더니, 지난 20일 페퍼저축은행전과 이날 IBK기업은행전에서는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IBK기업은행전은 무려 5년 만의 풀타임 소화였는데, 그 경기가 2경기 연속으로 늘었다. "결과가 좋아서 안 힘든가 보다"며 웃은 이나연은 "선수들이 저를 도와주고 훈련도 미팅도 타이트하게 하고 있다. 서로 힘내자는 분위기로 한마음 한뜻이어서 크게 어려운 것은 없다"고 했다.


앞서 원더독스에선 김연경 감독 체제에서 몸을 끌어올렸다면, 흥국생명 합류 후엔 일본 국가대표 출신인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특히 이날 IBK기업은행전에서는 피치(14점), 레베카(12점), 김다은(10점)을 비롯해 이다현(9점), 최은지(8점), 정윤주(7점) 등 득점이 다양하게 분포된 게 눈에 띄었다.


흥국 세터 이나연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진에어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경기에서 볼배급을 하고 있다. 2025.12.24. /사진=강영조 cameratalks@
이나연(왼쪽)과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이나연은 "(요시하라 감독님은) 확실히 더 디테일하다. 여러 많은 솔루션을 주셔서 플레이할 때 많이 도움이 된다"면서 "감독님과 미팅할 때 세터 포지션은 따로 한다. 세터들이 플레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경기 전에 매일 미팅한다. 그게 많이 도움이 된다. 매 경기 운영에 있어서 도움이 돼서 그런 분포도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1년 전 TV로 재미있게 보던 배구는 이제 다시 그에게 직업이자 '스트레스' 대상이 됐다. 이나연은 '1년 전가 달리 지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느냐'는 질문에 "매우, 몹시"라는 답으로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심지어 흥국생명은 치열한 3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요시하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구체적인 목표로 언급하고 있다. 이나연은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구단 측에서는 '팀이 리빌딩하는 중이니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고 했다"고 농담한 뒤 "크게 보면 부담이 많이 될 수 있다.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앞에 것만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원더독스 출신 선수들에게도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근엔 이나연에 이어 몽골 출신인 인쿠시가 정관장에 입단하며 프로의 꿈을 이뤘다. '김연경 제자 2호'다. 이나연은 "인쿠시도 잘했으면 좋겠다. V리그를 굉장히 뛰고 싶어 했고, 잠재력도 좋은 친구다. 또 성실해서 잘할 거라 믿는다"며 "다른 원더독스 선수들도 배구에 진심인 선수들이다. 누가 V-리그에 도전한다고 하면 응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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