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년 전만 해도 '디펜딩 챔피언'의 결정적 조각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이제 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조상우(31)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지난달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6년 FA 승인 선수 21명의 명단을 공시한 후, 24일 기준 총14명의 선수가 소속팀을 찾았다.
황재균(전 KT)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제 시장에는 6명의 선수만이 남은 가운데, 조상우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분명 경험 많은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이대로라면 해를 넘겨 계약을 맺게 될 상황에 놓였다.
올해 조상우는 72경기(60이닝)에 등판,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3.90, 55탈삼진 27볼넷, 피안타율 0.277,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52의 성적을 거뒀다. 등판경기 수나 홀드는 개인 최고 기록이었지만, 이외에는 조상우의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상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KIA가 야심차게 데려온 선수였다. 지난해 12월 19일, KIA는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키움 히어로즈에 넘겨주며 조상우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KIA 관계자는 "현장과 불펜 보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며 "조상우는 150km대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하고 있는 검증된 투수다. 그동안 KBO 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만큼 향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KIA가 큰 대가에도 조상우를 영입한 건, 그만큼 보여준 게 많았기 때문이다. 넥센-키움 시절 조상우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불펜진을 지켰다. 2015년에는 무려 93⅓이닝을 던지며 8승 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로 활약했다. 이후 부상 등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2020년에는 33세이브와 2.15의 평균자책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며 조상우는 병역 의무를 수행했고, 2024년 복귀 후에도 구속 저하 문제가 불거졌다. 어깨 염증까지 겹치며 조상우는 8월 10일을 끝으로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KIA는 조상우 트레이드 후 어깨와 팔꿈치 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시즌 중에도 건강 면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다만 올해도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고, 후반기에는 필승조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내년이면 32세가 되는 조상우는 나이 면에서는 우려될 부분이 없다. 여기에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이는 바꿔 말하면 저연차부터 혹사를 당했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그렇기에 최근 수년간의 구속 저하가 심상찮게 보일 수 있다.
원소속팀 KIA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부 FA 중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와 경쟁에서 패배하며 내줬고,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을 겨우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상우에게 많은 돈을 주기는 어렵다.
결국 타 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조상우다. 하지만 12월 초 이후 삼성의 김태훈과 이승현(이상 18일)을 제외하면 계약 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종무한 상황에서 1월은 돼야 그의 거취가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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