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전격 현역 은퇴를 선언한 황재균(39)이 당분간 그라운드를 떠날 뜻을 밝혔다.
황재균은 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유소년 클리닉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사무국과 샌프란시스코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래리 배어 CEO, 버스터 포지 야구부문 사장, 잭 미나시안 단장, 바이텔로 감독, 선수 대표 이정후, 윌리 아다메스가 참석한 가운데 황재균도 오랜만에 상아색 유니폼을 입었다.
잠깐의 인연을 잊지 않은 샌프란시스코다. 2016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갖춘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마이너리그에서 2017시즌을 시작했으나, 극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18경기 타율 0.154(52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459.
앞서 배어 샌프란시스코 CEO는 "특별 게스트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했던 황재균도 클리닉에 참석할 것이다. 은퇴를 축하하고 싶었다. 또 자이언츠에서 뛰었으면 영원히 가족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취재진으로부터 전해 들은 황재균은 "그분(배어 CEO)은 날 모를 텐데..."라면서도 "당연히 기분 좋다. 정말 잠깐 있었는데 그걸 기억해준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포지도 나를 기억하더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정후가 전화 왔다. 와줄 수 있냐고 해서 흔쾌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유소년 아이들은 기회 될 때마다 가르쳐 봐서 큰 문제 없다"라며 "잠깐 있었지만, 내가 있던 팀에 정후가 가서 반가웠다. 또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행사도 하는 거 보니 정후가 대단하다 싶다. 그런 행사에 초청해줘서 기분이 참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황재균에게도 오랜만에 입는 유니폼이었다. 지난달 19일 황재균은 20년간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이별을 고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4번째 FA를 선언했던 황재균은 원소속팀 KT 위즈의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은퇴를 택했다. 2006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4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뒤 20년 만의 일이었다. KBO 통산 기록은 2200경기 타율 0.285(7937타수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1172득점 235도루, 출루율 0.349 장타율 0.436.
은퇴 후 첫 공식 석상에 나선 황재균은 "아직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미팅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조금만 쉬려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은퇴로도 여겨졌다. 지난해 황재균은 세대교체를 원한 구단의 요청에 응해 기꺼이 백업으로 경쟁에 나섰다. 그럼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정규시즌 112경기 타율 0.275(385타수 106안타) 7홈런 48타점 50득점 3도루, 출루율 0.336 장타율 0.379 OPS(출루율+장타율) 0.715, 득점권 타율 0.403을 마크해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그러나 황재균의 선택은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이었다. 예상 밖 결정에 KT 선수들은 물론 야구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재균은 "모든 선수가 내가 이렇게 빨리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아픈 데가 없어서 45세, 50세까진 할 거 같다고 했다"라며 "나 스스로 내려왔다. 내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다들 말렸다. KT 후배들은 여전히 연락온다. 계속 있던 형이 없으니까 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난 지금 딱 여기서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은퇴 후 진로도 세간의 예상과 빗나갔다. 황재균은 야구 내적으로는 훌륭한 클럽하우스 리더로 통했고, 외적으로는 예능 감각이 있는 입담꾼으로 통했다. 그런 만큼 지도자 연수나 야구 예능 그 어느 쪽이든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KT 구단 역시 황재균의 은퇴 결정에 지도자 연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로 생활만 20년간 한 베테랑은 당분간만이라도 야구로부터 완벽히 떨어진 휴식을 원했다.
황재균은 "당분간 지도자 생각은 없다. 20년간 야구로 스트레스받았다. 직접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것 보다 보면서 받는 게 더 심할 거 같다. 같이 야구하던 형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야구 예능도 연락은 왔는데 할 생각 없다고 거절했다. 그냥 축구 예능이나 할까 생각 중이다"고 농담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있다. 좋은 오퍼가 있으면 어디든 가지 않을까. 그래도 먹고 살기는 해야 해서 뭐든 해야 한다"고 웃었다.
끝으로 20년의 프로 생활을 돌아본 황재균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정말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어떤 경기, 어떤 포지션, 어떤 타선이든 가리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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