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4·삼성생명)이 숙적 천위페이(중국·4위)의 기권으로 힘들이지 않고 결승에 안착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두 올림픽 챔피언의 맞대결 불발에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10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오픈 4강전에서 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도쿄 올림픽 챔피언 천위페이와 파리 올림픽 챔피언 안세영의 29번째 맞대결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타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여자 단식 4강전을 앞두고 천위페이가 기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소후닷컴에 따르면 천위페이는 대회 기권을 선언했다. 매체는 "천위페이는 구체적인 기권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도 "과거 부상 재발이나 과도한 피로 누적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천위페이는 이번 대회 결승 길목에서 태국 선수들과 연달아 혈투를 벌였다. 피차몬, 부사난, 라차녹 인타논 등 태국 선수 3명을 차례로 꺾었지만,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그중 두 경기는 3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특히 인타논과의 경기에서는 43구의 긴 랠리를 주고받는 등 체력을 소진했다. 소후닷컴은 "이번 4강전은 사실상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안세영이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체력을 온전히 비축한 채 대회 3연패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안세영 입장에서 천위페이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다. 역대 전적 14승 14패로 팽팽했다. 심지어 안세영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지난 시즌에도 유일하게 2패를 안긴 선수가 천위페이였다.

안세영의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다. 왕즈이는 4강전에서 인도의 푸살라 신두(18위)를 52분 만에 2-0(21-16 21-15)으로 제압했다.
왕즈이는 4강전에서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1게임 13-14로 뒤진 상황에서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전세를 뒤집었고, 2게임에서도 9-13의 열세를 극복하고 무려 9점을 내리 따내며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안세영에게 왕즈이는 반가운 상대다. 역대 전적에서 20전 16승 4패(승률 80%)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안세영은 왕즈이와 8차례 만나 모두 승리하며 천적 관계를 입증했다.
왕즈이는 안세영이 두려울 만하다. 지난 시즌 55승 12패 중 8패를 안세영에게 당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달 중국 항저우 BWF 월드 투어 파이널스 결승에서도 안세영이 접전 끝에 2-1(21-13 18-21 21-10)로 승리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전대미문의 기록을 쏟아내며 세계 배드민턴계를 평정했다. 2025시즌 슈퍼 1000 등급 3개 대회(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를 비롯해 슈퍼 750 등급 5개 대회(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 마스터스·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 슈퍼 500 호주오픈, 슈퍼 300 오를레앙 마스터스에 이어 왕중왕전인 월드 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하며 시즌 11승을 달성했다. 이는 2019년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수치상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한 해 77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73승 4패를 기록, 94.8%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달성하며 BWF 단일 시즌 최고 승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금 규모도 역대급이다. 월드 투어 파이널스 우승으로 상금 24만 달러(약 3억 4400만 원)를 추가한 안세영은 누적 상금 100만 3175달러(약 14억 3800만 원)를 기록하며 BWF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맹활약 끝에 안세영은 3년 연속 BWF 올해의 여자 선수와 2년 연속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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