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아 20%만 낮추자."
고우석(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과 노경은(42·SSG 랜더스)이 몸을 만들기 위해 떠난 사이판 1차 캠프 훈련 첫 턴부터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김광삼 코치는 줄곧 고우석 쪽에 붙어 있었다. 요령 있게 던지는 노경은과 달리 고우석은 누가봐도 전력으로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켜보던 김 코치는 고우석을 진정시키며 조금은 힘을 빼고 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우석은 연신 전력투구를 펼쳤다.
12일 사이판 올레아이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야구 대표팀 1차 캠프 3일차 훈련에선 고우석과 노경은의 첫 불펜 피칭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될 시기이지만 노경은은 시즌 종료 후에도 공을 내려놓지 않고 꾸준히 감을 유지하는 루틴을 이어갈 뿐이었고 고우석은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만큼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고 있었던 터였기에 코칭스태프도 이들의 빠른 페이스를 존중해줬다.

다만 둘의 차이는 컸다. 노경은은 부드럽게 투구를 했고 변화구까지 점검했다. 이를 지켜보던 최원호 코치는 "경은이는 80%도 안 되는 것 같다. 요령 있게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에 고우석의 투구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다소 우려가 따를 법도 했다. 불펜 포수의 미트에서 들리는 '팡', '팡' 소리로도 그의 투구가 100%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옆에서 투구를 하던 노경은은 "제 페이스가 말릴 수가 있을 것 같아서 던지는 폼은 안 봤다"면서도 "그런데 옆에서 굉장히 빠른 공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지나가더라"고 말할 정도였다.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난 고우석은 "몸에 큰 무리 없이 잘 진행해서 만족스럽다. 몸 상태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들어갔다"며 "다른 KBO에 있는 선수들보다 시즌이 빨리 끝났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서 몸을 만들 시간도 충분했다. 그래서 가장 페이스를 잘 올릴 수 있었다. 대표팀 명단이 나오기 전부터 스프링캠프 때 가장 베스트로 맞춰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준비를 해놨다"고 설명했다.
KBO 최고의 마무리로서 활약하던 고우석은 2024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었는데 직전 시즌 부상을 겪었고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으로 향했다. 결국 빅리그 콜업을 받지 못한 채 첫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엔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훈련 과정에서 불의의 부상을 입었고 32경기 42⅓이닝 소화에 그쳤다. 트리플A에선 19경기 26⅔이닝 동안 1승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ERA) 3.72로 직전해에 비해 한층 나아진 투구를 펼쳤다.
아쉬운 건 비시즌 기간이었다. 이번엔 고우석도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 "2년 동안 미국에서 시즌을 준비했었기 때문에 그때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봤던 게 컸다"며 "시범경기도 빨리 시작하고 캠프가 시작하기 전 훈련할 수 있는 열흘 이후엔 시즌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경기가 있다. 그래서 그때 최대한 시즌과 비슷한 컨디션으로 던져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광삼 코치의 당부에도 전력투구를 한 이유에 대해선 "코치님은 걱정하는 마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20% 정도 낮춰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몸 상태가 괜찮았다. 김용일 코치님과 준비를 해왔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선수들이 철저히 준비해 오는 걸 봐왔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께선 무리가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에 신경써주시는데 저는 반대로 뭔가 부족할까봐 불안하다"며 강한 공을 던지며 미리 점검을 하고 싶다는 것.
고우석에겐 이 시기가 매우 소중하다. 2년의 계약이 끝난 뒤 국내로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디트로이트가 손을 내밀었다. 국가대표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우석은 "솔직하게 얘기하면 비자 발급 문제도 있고 작년 시즌에 표본이 너무 적어서 오퍼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 하고는 싶어도 기회가 없으면 못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다행히도 디트로이트에서 어떤 모습을 좋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오퍼가 왔고 조건 같은 건 하나도 생각 안하고 '한 번 더 기회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기회가 없으면 끝나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가 빅리그 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보다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는데 그게 디트로이트와 계약에 이어 대표팀 발탁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고우석은 "사실 국가대표도 똑같이 생각했다. 재작년에 비해서는 좋아졌지만 던진 게 너무 적었기 때문에 가고는 싶은데 안 뽑힐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갈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확정되지 않더라도 여기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 (엔트리에 떨어져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 대회 때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대회를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벤치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만회할 기회가 왔고 WBC에서 활약은 팀 내 입지를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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