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엔 마산(이하 창원으로 통일) 쪽 학교들은 연습경기도 구하기 어려웠어요. 지금이랑 다르죠."
경남 지역 한 아마야구 관계자가 느낀 격세지감이다.
과거 창원 지역 고교들의 기량이 타지역과 차이가 컸던 탓이다. 오랜 전통의 마산고와 마산용마고가 있었으나, NC 다이노스가 창단했던 15년 전만 해도 3라운드 내 상위 유망주 배출은 가뭄에 콩나듯했다.
극심한 지역 인재 유출이 이유였다. 당시만 해도 창원에서는 먼저 자리 잡은 LG 세이커스의 존재로 지역 어린이들에게 농구가 인기를 끌었다. 그나마 야구하는 인원도 주변 광역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인프라에 중학교 단계부터 선수들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 악순환이 2011년 NC 다이노스가 KBO 9번째 구단으로 창원에 똬리를 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격한 이촌향도에 서서히 야구 황무지가 된 창원에 숨통을 불어넣은 1등 공신이 NC라고 아마야구 관계자들은 말한다. 본사가 경기도 성남에 자리 잡은 NC는 2011년부터 아무 연고도 없던 창원에 야구를 알리기 시작했다.
창원NC파크를 방문하는 팬들을 향한 이벤트와 지역 관련 기부와 봉사활동은 기본이었다. 지역 고교의 전국대회 결승 진출을 구단의 일인 듯 대대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리틀야구대회를 개최해 창원 지역만의 축제를 열었다. 그 결과 창원공고(2021년), 밀양BC(2022년·경남 밀양), 거제BC(2022년·경남 거제), 금남고(2023년·경남 하동) 등 NC 창단 후 창원 인근 지역에 4개 고교 팀이 창설됐고, 초·중학교 야구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창원 지역 어린이들도 야구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다. 또한 데이터 야구로 표방되는 혁신적인 팀컬러로 1군 진입 2년 차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6년 첫 한국시리즈, 2020년 창단 첫 통합우승에 성공하며 빠르게 연고 지역에 자리잡았다.
오랜 기간 NC가 묵묵히 키운 인프라는 한국 야구 발전으로 이어졌다. 지역 명문 마산고는 2018년 고윤성 감독 부임 후 차츰 명문의 기틀을 잡더니, 2021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우승으로 마산 야구에 첫 전국대회 트로피를 안겼다. 최근에는 안현민(23·KT 위즈)이라는 한국야구를 대표할 초대형 유망주가 나왔다.
또 다른 지역 명문 마산용마고 역시 진민수 감독 부임 후 2020년대부터 전국대회 4강에 꾸준히 진출하며 지역의 자부심이 됐다. 이제 창원 지역은 KBO 스카우트들에게도 한 번 정도 훑고 지나가는 곳이 아닌 찬찬히 살펴야 하는 옥토로 탈바꿈 중이다. 1차 지명 제도가 폐지된 2023 KBO 신인드래프트부터 김주오(2026년 1R 두산), 차승준(2025년 3R·삼성·이상 마산용마고), 최주형(2026년 2R·두산), 신용석(2023년 3R·NC) 등 상위 라운드 선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2023년에는 마산용마고 장현석이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최고 명문 LA 다저스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창원 지역 유망주들을 향한 KBO 스카우트들의 관심은 현재진행형이다. '152㎞ 좌완' 이윤성(18), '154㎞ 우완' 김경록(18·이상 마산고), 우완 이윤상(19), 유격수 노민혁(18), 3루수 최민상(18·이상 마산용마고) 등이 2027 KBO 신인드래프트 지명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산용마고 진민수 감독은 1월 3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창원 지역에 NC라는 프로 구단이 생긴 것이 컸다. (1차 지명 제도가 사라진) 지금도 후드티나 배팅볼 등 매년 후원해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물질적인 지원보단 NC가 있음으로써 무형적인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NC가 창단되기 전까진 지역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야구하는 인원이 적었다. 그래서 있던 선수도 부산, 대구 쪽으로 야구 유학을 떠나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NC가 생기고 야구 인프라가 늘면서 우리도 옥석을 고를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현재 1차 지명이 폐지되면서 뛰어난 지역 유망주가 NC 입단은 운의 영역이 됐다. 그러나 창원 지역 야구 선수들에게 NC의 존재는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거 NC 구단 주도로 홈경기 볼 보이를 창원 지역 선수들을 쓴 것이 효과를 봤다면, 요즘은 NC 선수들의 잦은 방문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NC 구장과 가까운 학교들은 선수들의 병역 특례 봉사활동과 겨울 훈련으로 자연스레 교류의 장이 됐다.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 김주원(24)의 경우 모교인 수원 유신고뿐 아니라 창원 지역 학교들도 틈틈이 돌고 챙기면서 고교 선수들의 우상이 됐다.

연고지 창원을 향한 구단 차원의 노력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매년 연고 지역 중·고교 팀과 여자 야구팀에도 연습구를 지원하는 드림 볼 사업을 시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마산 야구의 초석을 다진 고(故) 김성길 선생의 부고 소식을 구단 차원에서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3년째에 접어든 지역 리틀 야구단 '합동 졸업식'도 호응을 얻고 있다. 시즌 중 창원NC파크에 초대된 리틀 야구단 선수와 학부모들은 NC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프로 무대 그라운드를 밟아볼 기회를 받는다. NC 선수들이 직접 전달하는 졸업 증서와 기념 선물은 미래의 야구 선수를 꿈꾸게 한다.
2023년부터는 NC 다이노스가 새겨진 후드 티셔츠를 지역 학교들에 전달하고 있다. 얼마 전 4회 차에서는 19개교, 748벌로 확대돼 고향 팀 NC에 대한 자부심을 키웠다. 올해 마산용마고등학교 주장을 맡은 최민상은 "훈련이나 이동할 때 NC 구단이 전달한 후드티를 항상 입는다. 다른 지역팀 선수들이 NC에서 지원받은 옷이라는 걸 알고 부러워할 때마다 우리 연고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원 야구의 성장과 발전은 NC 구단에도 보람이고 자랑이었다. 연락이 닿은 NC 구단 관계자는 "최근 지역 야구선수들이 잘한다는 소식에 우리도 엄청 뿌듯하다"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 노력했는데, 좋은 유망주들이 나온다니 우리도 기쁘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창원은 야구 역사가 정말 깊은 곳이다. 우리 구단은 1차 지명과 상관없이 지역 야구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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