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마운드가 홈런에 무너지고 있다.
1라운드 C조 3경기를 치른 가운데 한국은 8개의 홈런을 내줘 이번 대회 참가 20개국 중 전체 1위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고 있다(한국시간 9일 오전 현재). 같은 조에서는 3전 전패의 최하위 체코가 7개로 한국의 뒤를 잇고, 대만은 4개, 일본은 3개, 호주는 단 1개의 홈런만을 허용했다.
더욱이 한국은 홈런으로 내준 점수가 12점으로 3경기 총실점 17점 중 70.6%에 달한다. "그 홈런만 맞지 않았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체코의 유일한 홈런(5일 5회초 테린 바브라 3점, 투수 정우주)도 한국전에서 나왔다.
물론 한국 타자들이 때린 홈런도 적지 않다. 현재 6개로 C조에서 일본, 호주와 함께 공동 1위다. 그러나 홈런 마진이 마이너스인 국가는 한국(-2개)과 체코(-6개), 2개 팀뿐이다.
홈런을 맞은 상황도 무척 뼈아팠다. 7일 일본전 3-2로 앞선 3회말 고영표가 오타니 쇼헤이에게 동점 솔로 홈런, 스즈키 세이야에게 역전 솔로포를 맞고, 구원 나온 조병현도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해 순식간에 3-5로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6-8 패).
8일 대만전에서도 피홈런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5실점 중 무려 4점을 홈런으로 내줬다. 2회초 선발 류현진이 장위청에게 선제 솔로포를 맞은 데 이어 1-1 동점이던 6회초에는 곽빈이 정쭝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다시 끌려갔다.
6회말 김도영의 투런 홈런으로 3-2 역전한 기쁨도 잠시. 8회초 데인 더닝이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에게 통한의 투런포를 얻어맞아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4-5로 져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한국 마운드가 이토록 홈런에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회 장소인 일본 도쿄돔은 원래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기도 하다.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0.3% 높게 유지해 지붕을 떠받치는 '에어 서포트 돔' 구조로, 공기 밀도가 미세하게 낮아지면서 타구에 걸리는 저항이 줄어든다.
아울러 돔 내부의 에어컨이나 환기 시스템으로 특유의 기류가 형성돼 타구를 외야 쪽으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으며, 외야 펜스가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좌우 직선에 가까워 좌우중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독 홈런을 많이 맞는 원인으로는 투수들의 결정구가 부족한 탓에 실투가 자주 나오고, 이번 대회에서 사용하는 롤링스 공인구가 다소 미끄러워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WBC 피치 클락(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18초 이내 투구)이 KBO리그보다 짧아 투구시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O리그 피치 클락은 지난해 주자 무·유시 각각 20초와 25초였고, 올 시즌부터는 18초와 23초로 단축한다.
이제 운명의 1경기가 남았다. 9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호주전에서는 과연 한국 마운드가 피홈런의 굴레에서 벗어나 최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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