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노망주 현도훈(33)이 2년 만의 1군 무대에서 안정적인 활약으로 팀 연패를 끊어냈다.
현도훈은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7회초 등판해 1이닝 퍼펙트로 롯데의 6-1 승리를 지켰다.
반격을 시도하던 롯데의 흐름이 완벽히 끊겼다. 현도훈은 정수빈에게 포크와 커터를 떨어트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베테랑 정수빈 역시 쉽게 속지 않았지만, 5구째 직구를 건드려 1루 땅볼 아웃됐다. 후속타자 박지훈 역시 몸쪽 낮게 들어오는 3구째 직구를 건드려 유격수 땅볼 아웃됐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 박찬호 역시 다양하게 들어오는 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몸쪽, 바깥쪽 슬라이더와 커터에 스트라이크를 내주더니 5구째 커터를 건드려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현도훈은 지난 14일 1군 콜업 후 3경기 연속 무실점에 성공했다. 5⅔이닝 무사사구 3탈삼진으로 세부 기록도 좋다.
덕분에 롯데 선발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의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도 빛이 바래지 않았다. 여기에 장·단 12안타를 터트린 타선까지 더해져 롯데는 힘겹게 5연패를 탈출했다.

현도훈은 우여곡절 끝에 프로 무대에 입성한 유형이다. 그는 신일중 졸업 후 일본 교토국제고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 큐슈코리츠대를 나와 한국, 일본 어느 프로 무대에도 입성하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8년 육성선수로 두산 베어스를 통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당시 두산 사령탑은 김태형 감독이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군 복무 후 두산에 재입단했지만, 또 한 번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롯데는 그에게 다시 기회를 준 팀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2024년 롯데로 오면서 사제 간으로 다시 인연을 맺었다. 현도훈은 2023년 롯데 입단 후 2024년 가장 많은 8경기에 출장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또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도 퓨처스리그 성적이 좋았음에도 콜업하려 할 때마다 묘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 부분에 안타까운 건 김태형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주말 한화와 홈 시리즈에서 "(현)도훈이가 나랑은 안 맞나. 두산에서부터 1군만 오면 허덕였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선수가 어제(18일 경기)는 강약 조절하면서 굉장히 좋은 공을 던졌다. 변화구로 가다가 바깥쪽 직구를 하나 보여주는 식으로 상대 타이밍을 빼앗았다. 제구력도 좋았다"고 기뻐했다.
현도훈은 감독이 눈여겨본 호투의 비결로 평정심에서 찾았다. 최근 사직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현도훈은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던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1군에 오면 긴장하고 흥분하는 일이 많았다. (18일 경기도) 갑자기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흥분할 새가 없었는데 오히려 좋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36으로 리그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타격 침체에 불펜 역시 평균자책점 6.63(리그 9위)으로 선발의 호투를 무색하게 하고 있어 고민이 컸다.

새 마무리 최준용이 9경기 평균자책점 1.00으로 굳건한 가운데, 선발과 최준용을 잇는 허리가 부실했다. 교통사고 후 복귀한 김원중이 9경기 평균자책점 6.43, 멀티이닝 릴리버를 기대했던 아시아쿼터 쿄야마 마사야가 8경기 평균자책점 7.00으로 기대 이하였다. 시즌 초반 깜짝 활약을 보여주던 대졸 신인 박정민도 최근 흔들리면서 주춤한 것이 컸다.
때마침 등장한 '멀티 이닝'이 가능한 현도훈은 그래서 더 반갑다. 현도훈은 2군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올해 퓨처스리그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성공할 정도로 멀티 이닝에도 능한 자원이다.
현도훈은 "퓨처스에서 길게 던질 기회를 주셔서 별로 힘들지 않았다. (18일 경기처럼)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가면 불펜 소모가 많아지니까 그 상황에서 길게 던져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승부하려고 한다. 내가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고 공이 가운데로 가는 사람은 아닌데 최대한 그렇게 던지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33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롯데 퓨처스 팀에서 함께했던 김태혁(38), 박시영(37), 구승민(36) 등 형들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 동생일 뿐이다. 현도훈은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인데 2군에선 위로 세 명이나 있었다. 내가 인복이 좋은지 형들이 계속 나를 챙겨주셨다. 공 던질 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렇게 던지면 좋다고 얘기하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쉽고 편하게 던지려고 한다. 예전에는 더 강한 공, 더 좋은 공을 던지려 했는데, 오히려 그 욕심이 나를 안 좋은 쪽으로 데려간 것 같다. 그래서 삼진이나 구속 욕심을 내지 않고 기계처럼 던지려 한다"고 강조했다.
늦은 나이에 찾아온 1군 기회다. 올해 전까지 그에게 주어진 경기는 8년간 1군 16경기 27⅓이닝, 2군 123경기 204⅓이닝이 전부였다. 현도훈은 "내게 목표는 없다. 어디에 있든 야구하는 건 똑같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많이, 또 오래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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