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런 한 방에 울었지만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WBC) 유일 미등판 투수라는 설움을 털어낼 만한 내용이었다. 송승기(24·LG 트윈스)가 새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송승기는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46구를 던져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2021년 2차 9라운드로 입단해 2년 동안 8경기 등판에 그쳤던 송승기는 이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지난해 복귀해 맹활약했다. 28경기에서 144이닝을 소화하며 11승 6패, 평균자책점(ERA) 3.50로 활약했다. 괴물 신인 안현민(KT)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신인상을 받을 만한 성적이었다.
첫 풀타임 시즌 후유증이었을까. 송승기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평가전에서 구속과 제구 모두 문제를 나타냈고 결국 본선 무대에선 유일하게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투수로 아쉬움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은 "어제 통화하면서 오늘 던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50구 정도 생각 중이다. WBC에서도 불펜 피칭은 했다고 하더라"며 "스프링캠프를 한 번 더 갔다 왔다(웃음). 다음엔 70개를 생각 중이고 시즌 시작하면 90개 정도는 정상적으로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5회까지만 던지면 되니까 처음에는 잘 던져야 한다.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70개라도 잘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운드에 오른 송승기는 WBC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역투를 이어갔다. 1회말 박성한과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연속 범타로, 최정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도 또 다른 거포 고명준을 절묘한 슬라이더로 삼진아웃시키는 등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3회에도 간단히 삼자범퇴로 마쳤다.
당초 50구를 예정하고 나섰으나 공격적인 투구로 SSG 타선을 쉽게 요리했다. 4회가 아쉬웠다. 1사에서 에레디아와 10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을 허용했는데 이어 최정에게 던진 바깥쪽 체인지업을 통타 당해 좌월 투런 동점포를 맞았다.
실투가 아니었고 상대 타자는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였다. 볼넷이 화근이 됐지만 이 또한 터무니없이 내준 게 아니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만으로 보면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투구였다.
46구 중 무려 76%에 달하는 35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첫 등판임에도 직구 최고 시속도 146㎞를 기록했고 슬라이더(10구)와 커브(9구), 체인지업(5구)를 골고루 섞으며 포크볼(1구)까지 뿌렸다.
염경엽 감독도 경기 후 "승기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피칭치고 스피드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김광삼 코치가 (WBC에서) 잘 준비를 시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송승기도 환하게 웃었다. "마이미에서 (귀국) 전세기를 탔을 때 오늘 선발로 나갈 거라고 들어서 그때부터 준비를 했다"며 "너무 푹 쉬다 와서 몸 상태가 너무 좋더라. 그래서 더 긴장될 줄 알았는데 공을 던지게 되니까 오랜 만에 던져서 그런지 너무 재밌더라. 초심을 다시 찾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WBC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평가전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결국 강타자들이 즐비한 WBC에서 쉽게 꺼내들 수 없는 카드가 됐다.
송승기는 "솔직히 몸이 안 올라왔다. 계속 급하기만 해서 오히려 더 윽박지르려고 하다가 더 탈이 나지 않았나 싶다"며 "일본에서 조별리그 할 때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썩 좋진 않았는데 미국 마이애미에 가서 캐치볼을 하는데 갑자기 몸 상태가 올라오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던졌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오늘 던지게 됐고 상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타자들과 승부했으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텐데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며 "개인적으로 좀 화가 났다. 경험할 수 있는 걸 못하고 와서 그게 가슴 속에 많이 남아 있다. 단기전 대회이다 보니까 좋은 선수들만 쓰는 게 맞지만 한 경기라도 던질 줄 알았는데 이 설움을 갖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제 공과 성적으로 보답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송승기는 "그래도 분위기라도 어느 정도 즐기고 경험하고 왔다. 그 경험도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토록 간절했던 등판이었기에 결과를 떠나 이날 경기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송승기는 "다시 작년에 하던 대로 공격적으로 들어가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던졌다. 4회까지 올라가게 돼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는데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홈런 맞은 게 너무 아쉽다"면서도 직전 타석 에레디아와 10구 승부가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도 "오히려 그렇게 승부를 하니까 진짜 재밌었다. 오늘 경기가 시즌을 준비하는 데에도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 경기엔 70구를 목표로 던지고 시즌 개막 후 첫 경기에선 90구를 예정하고 있다. 송승기는 "생각보다 빌드업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다음 경기에선 개수를 더 늘리고 회복 속도만 올라오면 괜찮을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너무 오랜 만에 등판해서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송승기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목표는 꾸준히 등판하며 150이닝 이상을 채우는 것.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작년에 체력 이슈로 (페이스가) 떨어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올해는 아주 조금만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닝은 작년보다 10이닝 정도만 더 채우고 싶다. 그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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