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반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에이스 이탈이라는 초대형 암초를 만났다. '1선발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이 어깨 부상을 당한 것이다. '베테랑' 최원준에 이어 플렉센까지 빠지면서 두산이 과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4일 "이날 병원에서 플렉센이 검진을 받았다"면서 "검진 결과, 우측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향후 4주 동안 회복에 전념한 뒤 재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이날 검진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플렉센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두산으로서는 뼈아픈 이탈이다. 두산은 이날 한화전에서도 3-9로 패배, 1승 1무 5패를 기록했다. 두산은 지난달 28일과 29일에 창원에서 치른 개막 2연전을 1승 1패로 마친 뒤 대구로 이동했다.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와 주중 3연전에서 1무 2패를 거둔 채 서울로 올라왔고, 연이틀 경기를 내줬다. 최근 4연패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연패를 끊어질 수 있는 에이스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플렉센은 지난달 28일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 4이닝 2피안타(1피홈런) 5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2실점(2자책)을 마크한 끝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부상을 당한 건 지난 3일이었다. 당시 잠실구장에서 한화를 상대로 선발 등판, 2회초 투구 과정에서 등 부위에 통증을 호소한 끝에 갑자기 강판당했다.
당시 플렉센은 1회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오재원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페라자를 2구째 2루 땅볼로 유도한 뒤 후속 문현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하지만 4번 타자 노시환을 2구째 커터를 뿌리며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1회 최고 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그리고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초. 플렉센이 재차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는 강백호. 그런데 플렉센의 구속이 다소 이상했다. 강백호 상대 최고 구속은 143km밖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볼을 3개 연거푸 던진 뒤 4구째 스트라이크 1개를 꽂은 후 5구째 다시 볼을 던졌다. 볼넷 허용.
이때 플렉센이 어딘가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어 정재훈 두산 투수코치와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나와 플렉센과 대화를 나누며 상태를 살폈고, 더 이상 투구가 어렵다는 신호가 벤치로 향했다. 플렉센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우측 등 쪽 불편감을 느껴 교체했다"고 설명했는데, 결국 어깨 근육 손상 진단을 받고 말았다.
두산은 지난 2024시즌 당시 외인 투수였던 브렌든 와델이 6월 말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이탈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한 달 정도 재활 이야기가 나왔고, 8월 초부터 공을 조금씩 던지며 복귀를 노렸지만, 다시 통증을 느낀 채 결국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4일 경기에 앞서 사령탑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경기 전 팔을 풀 때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마운드에서 갑자기 그렇게 됐다"면서 "대체 선발로는 일단 2군에서 던지고 있는 투수 중 1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 그 타이밍이 들어갈 수 있는 투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두산은 올 시즌에 앞서 '4년 최대 38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최원준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김 감독은 3일 최원준에 대해 "우측 굴곡근 미세 손상 진단이 나왔다. 3주 정도는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최원준이 다치지 않았다면, 플렉센의 공백을 잠시 메울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현재로서는 대체 외국인 혹은 새 외국인 투수 합류도 검토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플렉센은 두산이 왕조를 구축했던 2020시즌 당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던 주인공이다. 2020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 21경기에 등판, 8승 4패 평균자책점(ERA) 3.01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 강했다. 지난 2020년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이 여세를 몰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KBO 리그 맹활약을 바탕으로 미국 무대로 돌아간 플렉센. 2021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475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1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4승 6패 평균자책점 3.61의 성적을 올렸다. 179⅔이닝 동안 125탈삼진을 마크했다. 2021시즌 시애틀 구단 내 최다승, 선발 평균자책점, 최다 이닝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시애틀 매리너스, 콜로라도 로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쳐 지난 시즌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5승 1패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을 찍은 플렉센.
그리고 다시 두산으로 돌아와 한국과 연을 이어가게 됐다. 두산 구단은 플렉센 재영입 발표 당시 "구위가 여전함을 확인했다"며 신뢰를 보냈다.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0.73을 기록했다. 총 12⅓이닝 동안 11피안타 3볼넷 21탈삼진 1실점(1자책)의 세부 성적을 올렸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14. 피안타율은 0.239.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플렉센은 시범경기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 KBO 리그를 평정한 뒤 빅리그 무대로 복귀한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급 투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최소 한 달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진 상황. 두산이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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