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위 지명 출신임에도 리그 대표 리베로로 성장한 김도훈(28)이 후배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이어 나가길 바랐다.
최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도훈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리시브 자리를 잡는 것을 많이 연습했다. 3인 리시브부터 플로터 서브, 2인 리시브를 가져가는 연습도 많이 했었다. 강한 서브 때나 코스별로 자리를 맞추는 것도 연습했는데 시즌 때 그 부분이 잘 나왔던 것 같다"고 2025~2026시즌을 돌아봤다.
김도훈은 2025~2026시즌 의정부 KB손해보험 스타즈의 봄 배구를 이끈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5시즌 만에 주전으로 나선 지난 시즌 36경기 137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리그 5위(37.18%), 디그 5위(평균 1.971개), 수비 4위(평균 3.992)로 리그 톱5 리베로로 우뚝 섰다.
시즌 전 구단의 기대에 100% 부응한 선수 중 하나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임성진(27)을 FA로 데려왔다. 그에 대한 보호 선수를 묶는 과정에서 베테랑 리베로 정민수(35·한국전력)를 제외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부터 빠른 성장세를 보인 김도훈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성장해서, 김도훈은 보이는 기록뿐 아니라 배구계 관계자들로부터 신인 이학진(19)과 함께 수비가 탄탄한 KB손해보험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김도훈은 "(나)경복이 형, (임)성진이가 나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라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경험은 많이 없지만, 리베로인 만큼 수비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두 사람한테 미안한 부분이 있다. 나중에 성진이가 군대에서 돌아왔을 때 한층 성장해서 더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담담하게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도훈은 의림초-제천중-제천산업고-홍익대 졸업 후 2020~2021 V리그 3라운드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라운드도 1~2년 만에 은퇴해 사라지는 냉정한 프로배구 무대에서 리그 톱급 리베로로 성장한 김도훈은 하위 라운드의 희망으로도 여겨진다.
실제로 그가 지명된 신인드래프트에서 현재까지 V리그에 살아남은 선수는 2라운드 전체 2순위의 김광일(우리카드)뿐이다. 김도훈은 지금의 자리 있기까지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을 이야기했다.
김도훈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하면서 내가 잘한다거나 소질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옛날부터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했다. 상위 지명 선수나 뛰어난 선수들을 따라잡고 맞서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성실함은 내 무기였다"라고 말했다.
V리그는 대한민국 4대 프로 스포츠 중 유일하게 2군 리그가 없어,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에 가장 열악한 종목으로 꼽힌다. 저연차들이 성장하고 나설 무대가 없는 탓에 1라운드 출신임에도 최소 2~3년은 백업 존에서 머물거나 급기야 은퇴하는 경우도 나온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한국실업배구연맹과 퓨처스 대회를 개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김도훈은 "사실 어린 선수들이 뛸 곳이 없어 많이 아쉽다. 다행히 최근에 단양 퓨처스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그런 대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지난해 처음으로 뛰어봤는데 큰 대회가 아니라 생각할지 몰라도 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실업 선수,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한 프로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경기 감각을 쌓고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대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후배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느 자리에서든 꿈을 좇길 바랐다. 김도훈 역시 오랜 기간 백업 존에 머물렀던 선수지만, 그 시절이나 상무에 가서도 열심히 훈련하는 걸로 인정받던 선수다.
김도훈은 "동생들을 보면 1~2년 차인데 부담을 많이 가진 게 보인다. 물론 힘든 연차인데 그보단 그 나이답게 패기 있고 자신 있게 나섰으면 좋겠다. 초반에는 힘들어도 그런 게 점점 쌓이면 분명 자신에게도 장점이 될 수 있다. 너무 어려워 말고 1~2년 차에도 기죽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구단과 팬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는 어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KB손해보험은 그런 구단과 팬을 가진 팀 중 하나였고, 김도훈 역시 함께 성장한 팀에 애착이 있다.

김도훈은 "KB손해보험 팬들은 되게 친근하고 가족 단위가 많다. 나이 많은 분들은 아들처럼 응원해주시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선수 대 팬이 아닌 가족처럼 친근해서 더 좋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잘하든 못하든 항상 잘했다고 해주신다. 그런 말들이 정말 많은 힘이 된다. 또 이번 시즌에는 경기에 많이 나오니까 '역시 잘할 줄 알았다, 믿고 있었다'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날(13일) KOVO는 남자부 자유계약선수(FA) 명단을 발표했다. 김도훈은 KB손해보험에서는 유일하게 그 대상이 됐다. 그는 "첫 FA라 솔직히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휴가를 즐기려 한다"라면서도 "KB손해보험에 애착이 가는 건 사실이다. 신인 때부터 있던 팀이고 팀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에는 배구적인 부분도 보완해야 하지만, 이제 팀에서 중고참에 해당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 시즌 중에 코트 안팎에서 동생들과 형들의 고충을 많이 들어줬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아주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나도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이라 혼자 바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중간 역할을 잘하고 싶다. 그래야 조금 더 하나 된 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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