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발의 지배자' 염기훈(43)이 다시 돌아온 빅버드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전설 라이언 긱스의 극찬과 수원 팬들의 환대 속에 염기훈은 상처를 딛고 용기를 얻었다.
수원 삼성 레전드팀은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와 레전드 매치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염기훈은 이날 90분 풀타임을 뛰며 현역 시절 못지않은 날카로운 왼발 킥과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상대 팀의 전설 긱스도 염기훈의 플레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긱스는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경기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의 왼발이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경기장을 휘젓는 모습에서 지금도 훌륭하지만, 현역 때는 얼마나 더 좋았을지 상상이 안 간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염기훈은 긱스의 칭찬에 "꿈만 같다. 긱스는 선수 시절 TV로만 보던 우상이었는데, 같이 몸을 부딪치며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염기훈에게 이번 경기는 단순한 친선전 이상의 의미였다. 수원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처음으로 빅버드를 찾았기 때문이다. 사임 발표 당시 염기훈은 확성기를 들고 수원 팬 앞에서 연신 사과하기도 했다. 염기훈은 "사실 수원 감독을 그만두고 나가는 과정에서 안 좋은 기억도 있었다. 때문에 이벤트 참여를 앞두고 고민과 걱정이 정말 많았다"며 "그동안 선수들 체크하러 다닐 때도 빅버드만큼은 용기가 안 나서 오지 못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염기훈은 "그런데 팬분들이 제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큰 환대를 해주셔서 순간 울컥했다"며 "생각지도 못한 큰 환호 덕분에 조금이나마 용기가 생겼다. 정말 감사하고 뜻깊은 하루였다"고 전했다.
이날 염기훈은 아들 선우 군을 데리고 운동장에 입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염기훈은 "선우도 아빠가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겪으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린 선우에게 오늘의 환호가 큰 동기부여가 됐으면 한다"며 "선우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13년을 수원과 함께했다. 아마 나보다 수원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아들을 향한 애틋함을 전했다.
경기의 치열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염기훈은 "90분을 다 뛸 줄은 몰랐다. 종아리가 너무 아프다"면서도 "OGFC 선수들도 후반전에는 승부욕이 가열될 정도로 진지하게 임했다. 은퇴했어도 지기 싫어하는 그 모습들이 팬분들께 더 큰 감동을 줬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파트너였던 산토스의 결승골에 대해서는 "선수 때도 팀이 힘들 때마다 한 골씩 넣어줬는데, 오늘도 산토스의 골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브라질에서 멀리 왔는데 결승골을 넣고 가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