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이란을 퇴출하고 이탈리아를 대체 출전시키자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안했다. 하지만 당사국들의 거절과 FIFA의 원칙 고수 속에 쉽지 않은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스 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파트너십 특사인 파올로 잠폴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이탈리아의 월드컵 '패스트트랙' 진출을 제안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을 빼고, 과거 4회 우승 경험이 있는 이탈리아를 대신 내보내자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제안의 배경에 짙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레오 14세를 비난하면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이탈리아의 아픈 손가락인 '월드컵 탈락'을 해결해 주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혜국이 될 뻔한 이탈리아조차 난색을 표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장관은 현지 매체를 통해 "월드컵 진출은 오직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며 잠폴리 특사의 제안을 "부적절하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최근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의 여파로 축구협회장과 감독이 동반 사퇴하는 등 뼈아픈 쇄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탈리아도 명분 없는 특혜를 거부한 것이다.

강제 퇴출 위기에 몰렸던 이란은 확고한 참가 의지를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이탈리아 이란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축구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다"라며 "월드컵에서 이란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도덕적 파산과 이란 선수들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 역시 이란의 월드컵 참가를 공식 확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인판티노 회장은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대회 운영 원칙을 강조했다.
한편, 애초에 이란이 자진 기권하더라도 이탈리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만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륙별 쿼터와 규정에 따라 이란이 불참할 경우 대체국은 타 대륙인 이탈리아가 아닌 아시아 지역 예선 차순위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되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 정치와 스포츠를 억지로 결합하려던 미국의 무리수는 당사국들의 외면 속에 해프닝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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