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비로 잡아내도, 삼진을 빼앗아도 응원팀 선수가 아닌 18년 동안 베어스맨으로 뛰고 이적한 김재환(38·SSG 랜더스)을 향한 야유로 일관했다. 첫 친정팀 방문이었지만 싸늘한 반응과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덤덤하게, 오히려 그 간의 부진을 씻어내는 활약을 펼쳤다.
김재환은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득점 활약을 펼쳤다.
극심한 타격 침체와 함께 2군에 다녀온 김재환은 2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시즌 3번째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2008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재환은 긴 무명 시절을 비롯해 두산에서만 18년 동안 15시즌을 뛴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도 홈런왕을 차지했고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는 자유계약선수(FA)로 4년 최대 115억원에 두산에 잔류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김재환은 규정대로 두산과 우선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당초 계약서에 삽입한 조항대로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보상 조건 없이 타 팀으로 이적하기 위해 규정을 악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김재환은 결국 SSG와 2년 최대 22억원 계약을 맺었고 두산은 씁쓸한 마음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줘야 했다.
이와 관련한 여론을 김재환도 잘 알고 있었고 계약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말씀과 질책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엔 이에 대한 말을 아꼈다.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2군까지 다녀왔다. 지난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복귀해 적시타를 날렸던 김재환은 이날 4번 타자 자리에 복귀했다.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는 건 커리어에서 최초의 일이었다.
마침 두산은 이날 홈 10경기 연속 매진을 달성했다. 잠실구장 최다 연속 매진 타이 기록이었고 그렇게 뜨거운 관심이 몰린 가운데 친정팀을 상대로 첫 경기에 나섰다.
인천에서 치른 두산과 3연전에선 10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가장 익숙한 구장이어서일까. 이날은 달랐다.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김재환은 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 헬멧을 벗고 1루 측 홈 관중석을 향해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친정팀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재환은 웨스 벤자민의 초구를 때려 좌전 안타를 날렸는데 두산 응원석에선 야유가 나왔다.

3회 1루수 땅볼 타구로 물러나고도, 5회 멀티히트를 작성한 뒤에도, 6회 삼진으로 물러나고 9회 병살타를 친 뒤에도 반응은 한결 같았다. 오히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야유 소리는 더 커졌다.
팀의 4-1 승리를 이끈 김재환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났다. 아유의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재환은 그래서인지 덤덤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준비했다는 김재환은 "두산 베어스 홈에서 처음 나서는 경기이기에 인사를 드리는 것 말고는 오늘 경기에 집중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며 "오랜 만에 뵙는 거였는데 긴장은 안 됐다"고 전했다.
이날 멀티히트로 상승한 타율이 0.132(91타수 12안타)에 불과하다. 이숭용 감독이 그를 2군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숭용 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선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야수 정면으로 가는 잘 맞은 타구들도 적지 않게 나왔고 유독 상대 투수들이 까다로운 승부를 걸어오는 일도 잦았다. 10경기를 빠지고도 팀에서 3번째로 많은 볼넷을 얻어낸 게 방증이다.
김재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 위축됐던 것도 같고 자신감도 떨어졌던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공을 조금 더 정확하게 치려고 했고 그 결과로 타이밍이 늦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팀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부담감으로 연결됐다. "머리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음으로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저도 모르게 조금씩 힘이 들어가고 더 좋은 타구를 날려 SSG 팬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아무래도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부진이 길어지다보니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고 결국엔 스윙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고 이숭용 감독은 김재환에게 2군에서 정비 시간을 갖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열흘의 시간이 커다란 도움이 됐다. 김재환은 "2군에서 이명기 코치님과 연습했던 게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조금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고 타이밍도 미리 잡고 늦지 않게 치는 걸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아직 100%는 아닌 것 같은데 연습 한 만큼 나오는 것 같아서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나름대로 2군에 가서 생각도 많이 하고 좋은 밸런스로 연습을 많이 했다. 연습한 게 나오다 보니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복귀전에선 가볍게 맞히는 타구로 타점을 올렸고 이날은 특유의 시프트를 깨뜨리는, 2-유 간을 가르는 안타 2개를 때려냈다. 앞서 너무 지켜보다보니 볼넷 이상으로 많은 삼진(28개)을 당했다. 이젠 더 과감함을 가지기로 했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오면 생각 안 하고 그냥 치자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했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코스 안타이지만 이런 안타가 나옴으로써 저 자신에게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는 그는 이날의 결과가 반등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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