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액의 상금과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명예가 걸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를 떠난 공동응원이 어울릴까. 올해 창설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을 앞두고 축구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국가대항전도 아닌 프로 클럽 간의 맞대결에 민간단체 주도의 공동응원이 추진되면서, 스포츠 본연의 가치보다 정치적 논리가 앞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AFC AWCL 준결승 단판 승부에서 맞붙는다.
이날 승리팀은 오는 23일 오후 9시 같은 장소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올해 첫발을 뗀 AWCL은 우승 상금만 100만 달러(약 15억 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여자 클럽 대항전이다. 여자축구 규모를 고려하면 이번 대회는 팀의 다음 시즌 판도를 뒤바꿀만한 거액의 운영비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로 통한다.
수원FC 위민은 아시아 무대에서 실력을 증명하며 우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뒀다. 8강에서 중국 우한 장다를 4-0으로 완파하며 기세를 올린 한국 클럽 최초의 결승 진출과 초대 챔피언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3000여 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이 본부석 맞은편에 배정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로팀 간의 진검승부에 왜 공동응원이 끼어드느냐, 축구 경기를 정치적 이벤트로 활용하지 말라는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 상금과 명예를 위해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승패를 떠난 응원은 오히려 실례라는 지적이다. AFC 역시 이번 대회가 외부의 정치적 상황과 분리된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진행되어야 하며, 축구가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식 서신을 통해 당부한 바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분위기는 수원FC 위민 선수들에게도 부담이자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미 수원FC 위민은 이번 토너먼트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에서 수천 명의 원정팬 앞에서 싸워왔다. 이번 내고향과 맞대결은 국가대항전이 아닌 클럽팀 간의 대결로 집중하려고 하나, 이례적인 '국내 원정 응원단'의 등장으로 인해 홈 경기장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숙소 배정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다. 당초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은 수원의 A호텔을 함께 사용한다. 스타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내고향 측에서 동선 분리 등을 목적으로 숙소를 따로 쓰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수원FC 위민이 숙소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숙소를 옮기지 않기로 결론 냈다. 대신 층을 엄격히 나누고 미팅 및 식사 시간을 조정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른 4강 진출팀들의 숙소도 확정됐다.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벨레자는 판교 인근 호텔에 머물고, 호주의 맬버른 시티는 수원 시내 호텔에서 경기를 준비한다.
경기 운영 역시 평소와는 딴판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훈련 후 17일 입국하는 내고향 선수단 39명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이미 7000여 석은 매진됐으나,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약 3억 원을 지원하면서 민간단체 중심의 공동응원단이 경기장의 한 면을 채우게 됐다.
수원종합운동장은 120여 명에 달하는 취재진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외부 기자회견장을 따로 조성하고 기자석을 2층까지 확장했다. VIP 동선도 철저히 분리하고, 수원FC 서포터들의 상징이었던 가변석은 이번 경기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19일 사전 기자회견도 4개 팀이 개별 진행할 가능성이 커 양 팀이 미디어 공간에서 한자리에 서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 클럽의 도전 앞에 등장한 이질적인 공동응원.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켜달라는 팬들의 목소리와 대회의 본질을 강조한 AFC의 당부가 무색하게, 이번 4강전은 경기장 밖의 논리로 인해 본래의 색이 바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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