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충암고 주장 김동헌(22·키움 히어로즈)이 15년 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뤄낸 후배들을 직접 찾아 축하했다.
충암고는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대전고를 10-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청룡기-대통령배 제패 후 5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1990년, 2009년, 2011년 이후 15년 만의 황금사자기 우승이기도 했다.
더그아웃 한켠에서 우승으로 기뻐하는 후배들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 익숙한 모습이 있었다. 이 대회 직전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전 충암고 주장 김동헌이었다. 김동헌은 과거 이주형(24·SSG 랜더스), 윤영철(22·KIA 타이거즈) 등과 충암고의 2020년대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2학년 때 주로 외야수로 활약하며 충암고 첫 청룡기 제패와 31년 만의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었다.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동헌은 "최근 잔류군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경기도 없고 시간이 돼서 혼자 보러 왔다. 몸이 아픈 건 아니고 타격이 안되고 있어 훈련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목동야구장은 그에게 아픔이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당시 3학년에 올라간 김동헌은 본 포지션인 포수로 돌아와 주장을 맡고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배 4강에 이어 청룡기 준우승으로 3학년 때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4년 전 유신고와 청룡기 결승전 때는 부상 투혼으로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경기 막판 햄스트링이 올라왔음에도 교체를 거부했다. 공에 맞아 1루로 출루하면서 포효하는 김동헌의 모습에 경기 막판까지 분위기가 달아올랐었다. 끝내 우승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경기 후 김동헌은 친구 윤영철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이에 "시간이 오래 돼서..."라고 멋쩍어 한 김동헌은 "그때는 밤 경기여서 조금 더 재미있었는데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지금 3학년들이 1학년일 때 봉사활동을 가서 가르쳐주던 애들이다. 그때도 잘한다고 기대가 많았는데 3학년되고 바로 우승해서 대단한 것 같다"고 기특해 했다.
김동헌은 충암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고졸 신인 포수로는 드물게 입단 첫해부터 102경기에 출전해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해 태극마크도 달아 한국 대표팀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우승에도 기여했다.
그때 받은 병역 혜택으로 지도해온 후배들이 결승에 올라왔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목동야구장까지 찾아온 것. 졸업해서도 후배들을 알뜰살뜰 챙긴 캡틴이었던 덕분에 인터뷰 도중에도 "형, 저랑도 사진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일일이 사진 요청에 응한 김동헌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우리 후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프로 지명도 있고 대학 진학도 있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프로 와서 느끼는 건 당장의 성적보다 몇 개월 전, 1년 전의 나보다 성장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고교 시절을 보내면 어떨까 싶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3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면서도 짧기도 하다. 친구들이랑 그렇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그러니까 성적에 매달려서 힘들어하는 것보단 즐겁게 야구하고 자신이 성장하는 것에 목표를 뒀으면 한다. 우리 학교가 프로에도 많이 진출하지 않나. 즐겁게 하다 보면 알아서 다 잘 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후배들이 안겨준 좋은 기억은 김동헌 본인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어느덧 프로 4년 차를 맞이한 김동헌은 올해는 6경기 10타수 무안타로 초반 주춤하고 있다. 목동야구장 방문도 얼마 전 2군으로 내려왔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실망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올해 KBO 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허인서(23·한화 이글스)의 케이스도 희망이 됐다. 허인서 역시 고교 시절 뛰어난 평가에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프로 5년 차인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안방마님이다.
김동헌은 "(허)인서 형은 원래도 엄청 좋은 포수였다. 그동안은 경기에 많이 못 나가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올해 많이 나가니까 바로 잠재력이 터진 것 같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나도 마찬가지다. 2군에 내려간다고 실망하거나 속상해 하지 않고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려 한다. 많은 선배님이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는다고 한다. 물론 준비를 잘해도 못 잡을 때가 있다. 결과는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다. 그래도 그 기회를 위해 꾸준하게 연습하려고 한다. 후배들 좋은 기운 받아서 우리 팀(키움)도 우승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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